7년 만에 '슈퍼 엘니뇨' 온다던데…이유와 영향은?[궁즉답]

동태평양 평균 해수면 온도 0.5도 이상 '엘니뇨'
2도 이상이면 '매우 강한 엘니뇨'…'바람' 영향
'무역풍' 약해지면 난류↑…'고온다습' 기단 발달
"강수확률 늘지만 필연 아냐…폭우 대비는 상시"
  • 등록 2023-06-14 오전 8:43:39

    수정 2023-06-14 오전 8: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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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와 엘니뇨 시기 대기 및 해양 상태 모식도.(사진=기상청 ‘엘니뇨 백서’)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오는 7~8월 ‘엘니뇨(El Nino)’ 발생 확률 70%, 9월까지 ‘슈퍼(매우 강한)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 80% 등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CPC)도 지난 8일(현지 시간)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하고 “엘니뇨 조건이 현재 존재하며 2023~2024년 겨울까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엘니뇨 기준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태평양에서 수온 등을 관측하는 ‘니뇨(Nino) 3.4구역’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른바 슈퍼 엘니뇨는 2도 이상 올라갈 경우를 말하는데, 사실 세계적으로 통용하는 공식 기후 용어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매우 강한 엘니뇨’로 표현하고 있죠. 이와 반대 현상은 ‘라니냐(La Nina)’로 부릅니다. WMO는 2020년 9월부터 발생한 라니냐가 최근 약 3년 만에 끝났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상청과 학계에 따르면 엘니뇨와 라니냐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람’ 때문입니다. 지구의 대기 순환으로 적도 등 저위도 지역 상공에서는 1년 내내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적도편동풍)’이 불며 태평양의 해수면도 동에서 서로 흐릅니다. 무역풍은 기온과 기압계 등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합니다. 무역풍이 약해져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태평양의 해수면이 동태평양으로 유입이 늘면 엘리뇨, 무역풍이 강해져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동태평양의 해수면이 서태평양으로 유입이 늘면 라니냐로 이어집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최근에 불거진 현상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주기적으로 반복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무역풍 약화로 적도 인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중남미 지역 서쪽 연안에서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늘어납니다. 이에 일찌감치 이곳 어부들이 “신의 축복”이라고 부르면서 엘니뇨 명칭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죠.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나아가 ‘아기 예수’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라니냐는 ‘여자아이’를 뜻합니다.

엘니뇨 발달기 여름철 한반도 영향 모식도.(사진=기상청 ‘엘니뇨 백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해상 공기가 확장·상승 압력을 받아 저기압이 발달하게 됩니다. 반대로 중·서태평양에서는 대기 순환으로 고기압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른바 미국 괌과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수증기를 가득 머금고 발생하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죠.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바람이 뻗어 나가는데, 한반도가 북태평양 기단 가장자리 영향권에 들면 덥고 습하고 비가 내리는 날씨가 많아지게 됩니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세력 싸움으로 구름층이 대기에 정체하며 많은 비가 내리면 장마라고 하는 것이죠. 따라서 엘니뇨 영향으로 올여름과 가을 한반도에 장마와 태풍 등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엘니뇨라고 반드시 비가 많이 내리는 인과성은 없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발달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와 강도, 차가운 성질의 북쪽 기단의 세력 등에 따라 엘니뇨 현상 속에서도 한반도에는 비가 오지 않거나 선선한 기온의 날씨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관측에 따르면 엘니뇨는 여름철보다 가을과 겨울에 더욱 발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3개월 기상 전망에 따르면 예상 강수량이 7월의 경우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40%, 많을 확률이 40%, 8월은 비슷할 확률이 50%, 많을 확률이 30%지만 반드시 엘니뇨에 따른 인과 관계라고만 할 순 없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 상황이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시간당 최고 14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엘니뇨·라니냐와 관계없이 최근 여름철 한반도에 집중 호우 현상이 잦아진 만큼 상시 침수 피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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