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만든 팰컨9 로켓이 발사된 뒤 1단 로켓이 바다에 있는 발사장에 서서히 착륙하는 모습을 한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번만 썼던 로켓을 회수해 수리하고, 이를 다시 쓸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유튜브 채널인 KARI TV를 통해 로켓 재활용을 위한 핵심기술인 다단연소싸이클 액체엔진 재점화연소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부터 100톤급 추력을 지닌 액체 로켓 엔진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서 우리나라도 미래에 로켓을 재사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9톤급 엔진 재점화시험에 성공했다.(사진=KARI 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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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가 재사용 로켓 기술을 확보하려면 갈길이 멉니다. 이번에 검증한 엔진은 9톤급 개발시제 모델이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엔진을 대상으로 한 실험과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두 차례 점화한 것과 달리 여러번 재점화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 하고, 로켓 전체의 기술력도 향상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팰컨9처럼 착륙을 돕는 일종의 다리(Landing leg)가 있어야 하고, ‘그리드핀’처럼 공력을 조절하는 장치, 자세제어나 임무 비행할때 목표 궤도로 유도하는 기술도 요구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엔진 재점화를 해보면서 첫걸음을 뗏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항우연 연구진은 지난 2016년부터 터보펌프의 터빈을 작동시키고 나온 가스까지 다시 연소에 쓰는 차세대 액체엔진인 다단연소사이클엔진을 개발해 왔습니다. 1년전부터는 로켓을 재점화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달에 1차 시험에 이어 이달 초 2차 시험까지 성공했습니다. 320초 동안 연소된 후 꺼졌던 엔진을 370초 후 다시 킨 것입니다.
지난달 우주로 향한 누리호에 썼던 7톤급, 75톤급 엔진은 한번 불을 붙이면 다시 점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점화 기술이 접목되면 여러번 재점화를 반복하며 인공위성을 서로 다른 궤도로 보내거나 로켓이 바다로 착륙할때 방향을 바꾸고, 착륙속도를 줄여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우연 연구진은 앞으로 다섯 번 정도 껐다킬 수 있는 재점화 기술을 검증하고, 100톤급 엔진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개발부장은 “여러 위성을 500km 또는 700km 궤도로 보내는 등 발사체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선행 연구를 해왔다”며 “바로 재활용할 수 없지만 기술 개발이 계속 이뤄지면 1단부 엔진에 기술을 적용해 팰컨9 로켓처럼 재활용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재사용 로켓을 쓸 수 있을까요? 현재로선 관련 연구들이 이뤄지면서 누리호 성능 개량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일부분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부장은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준비하면서 선행 연구로 자체 연구비를 투입해 재점화시험을 해왔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누리호 성능 개량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기술을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