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나의 ‘발가벗은 힘’ 스토리를 전해드렸다. 그런데 앞으로는 종종 독자 여러분들께 힘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사례, 특히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사람의 ‘발가벗은 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다. 그 네 번째 사례로 병원의 의사와 조직의 리더를 훈련하며 그들의 행복한 성공을 돕고 있는 이명진 코치(힐리스닝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이명진 코치는 회사에 다닐 때 <오리진이 되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베스트(Best)가 되기 보다 퍼스트(First)가 되라’는 책의 메시지는 그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는 책의 메시지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인생 철학을 세웠다. ‘퍼스트를 넘어 유니크(Unique)가 되자!’ 그리고 2012년, 다니던 직장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렇게 그는 ‘발가벗은 힘’을 키우기 위한 여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퇴사하기 전에 교육팀에서 일하면서 ‘코칭’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실적이 우수한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코칭 질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존의 설명 중심 상담에서 코칭 중심 상담으로의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질문 스킬을 교육받은 영업사원들은 신형 무기를 장착한 것처럼 기뻐했지만, 실제 고객 상담에 적용했을 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 코치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질문 스킬만 교육하고, 경청하는 법을 훈련시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경청학교’를 개설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회사 프로그램과 별개로 비공식적으로 오픈한 이 강좌에 무려 150명이 지원한 것이다. 참고로 처음 모집인원은 30명이었다. 경청학교 개설 전에 그는 약 1000여 명의 영업사원들 앞에서 데모 코칭(코칭 시연)을 20분가량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코치 자격증도 없었지만, 영업사원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었던 그의 진정성과 열정이 전달된 결과였으리라.
그는 경청학교에 지원한 150명 중 학습 열의가 높은 순으로 30명을 선정해 2개월 간 매주 3시간씩 경청 훈련을 시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실한 태도로 끝까지 참여한 영업사원 15명의 평균 실적이 2배 이상 상승했다. 그 중에는 지점 꼴찌였다가 본부 1등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경청학교’를 3기까지 운영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 후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회사에 프로그램 런칭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는 내부 직원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로서 다시 회사에 제안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또한 야생에 나와 경청 훈련 분야에서 ‘유니크’한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퇴사 후 이명진 코치는 창업을 했다. ‘힐리스닝’이라는 회사 이름은 ‘경청(傾聽)’이라는 한자가 담고 있는 ‘남의 말을 귀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없다는 생각에 그가 만든 말이다. 코칭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 말을 잘하는 법을 교육하는 곳은 많다. 반면 경청을 잘하는 법을 훈련시키는 곳은 드물다. 이 분야에서는 어쩌면 힐리스닝의 ‘경청학교’가 ‘오리진’일지도 모른다.
유니크한 그의 접근 방식이 통한 것이었다. 그 기업에서의 성공적인 강의가 발판이 되어 ‘경청학교’는 매월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현재 90기까지 진행되었으며, 오는 6월에는 91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청학교’를 통해 이룬 성과도 많다. 그는 주로 병원 의사들을 코칭하고 있는데, 경청 훈련을 통해 의사들이 코칭 닥터가 되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병원 조직 전체를 코칭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의 임직원과 환자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에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모 병원의 경우 원장이 경청 훈련을 받고 나서 환자 만족도, 환자의 소개율, 직원 만족도, 직원 정착률 등이 개선되었고, 매출도 150% 증대되었다.
이제 이 병원은 전국 병원에서 벤치마킹하는 병원이 되었다. 이 코치는 2030년까지 대한민국 각 도시마다 ‘경청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그의 ‘발가벗은 힘’인 ‘경청력’이 뿌리가 되어 세상 곳곳에 ‘경청학교’라는 결실이 맺어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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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코치는 ‘발가벗은 힘’을 키우기 위해 다음의 3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시간관리력’이다. 퇴사 후 그는 시간관리를 잘하지 못했다. 지방에서 강의가 있으면 꼭두새벽에 일어나고, 저녁 모임이 있으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났다. 시간을 관리하기는커녕 시간에 끌려 다녔다. 그러자 바이오리듬이 깨지고 건강과 활력을 잃었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습관화됐다. 시간을 통제하자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덕분에 그는 2013년부터 아마추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로 10번째 작품(코칭 뮤지컬 ‘발가벗은 힘’, 올해 7월 4일과 5일 공연)에서 주연 배우로 활약하게 되었다. 시간관리력이 생기자 취미와 일, 일과 삶의 경계가 사라졌다. 또 뮤지컬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코칭 내담자의 상황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어 코칭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고산 트레킹을 떠나기도 한다. 킬리만자로 정상과 알프스, 히말라야도 다녀왔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마라톤에 도전하기도 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자 그는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그가 페이스북에 쓰는 글은 진한 감동을 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매일 하는 운동과 글 쓰는 습관 덕분에 ‘발가벗은 힘’이 점차 강해짐을 느낀다고 한다.
셋째, ‘협업력’이다. ‘발가벗은 힘’을 갖춘 사람이라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홀로서기에 몰입하다 보면 자칫 ‘사람’을 놓칠 수 있다. 발가벗은 나무도 숲을 이루면 더 좋다. 그래서 그는 5년 전부터 협업 비즈니스 모임에서 활동 중이고, 2년 전부터 전문가들과 컨설팅 그룹을 만들어 협업 중이다.
조직을 떠나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프로야구팀에 소속되어 있다가 스크린 야구장에서 혼자 배팅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협업은 성과를 높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했던 ‘소속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또한 조직은 리더십을 훈련하는 최고의 장이기도 하다. 그는 협업 비즈니스 모임과 컨설팅 그룹을 통해 소속감과 리더십을 충전하고 있으며, 홀로서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명언을 인용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인생의 겨울은 때가 되면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는 누구나 ‘발가벗은 나무’가 된다. 그 순간 조차도 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자신만의 ‘오리진’과 ‘유니크’를 찾길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진짜 역량, 즉 ‘발가벗은 힘’을 길러야 한다. 이명진 코치의 이야기에서 통찰을 얻으셨길 바란다.
이재형 비즈니스임팩트 대표
전략·조직변화와 혁신·리더십 분야의 비즈니스 코치(CPCC·PCC·KPC). 주로 기업의 CEO·임원·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KT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KT그룹사 CFO 겸 경영기획총괄로 일했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했으며, 저서로는 《발가벗은 힘》, 《테크노 사피엔스》, 《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전략을 혁신하라》, 《식당부자들의 성공전략》, 《인생은 전략이다》가 있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