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불안장애' 방치하지 마세요… 약물. 명상 치료하면 90%까지 회복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 치료 전문가,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안장애 평생유병률 9.1%로 10명 중 1명 노출 위험…방치하지말고 조기 치료해야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명상치료 등 병행하면 90%까지 치료효과 기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예방 도움돼
  • 등록 2020-12-18 오전 6:51:19

    수정 2020-12-18 오전 6:51:19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해마다 불안장애를 앓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55만3179명에서 2019년 71만8143명으로 5년 간 29.8%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최초 범불안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를 개발 제작하는 등 불안장애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과거에는 사회적인 편견이나 거부감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 등을 중심으로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 다양

불안이라는 감정은 친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생명체의 기본적인 경고반응이다. 그러나 특별한 환경적 요인이 없음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불안감이 크거나, 혹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일지라도 너무 심한 불안감을 느낄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불안장애는 크게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기타 특정 공포증 등으로 구분된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당장 죽을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호흡곤란, 빈맥, 발한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계속 이어지는 질환이며, 사회불안장애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 대해 피하려 들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즉각적인 불안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서 무대공포증, 대인공포증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안장애의 원인은 뇌에 있는 불안과 관련된 여러 조직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호르몬이 신체생리적인 균형을 이루듯 뇌의 호르몬, 즉 신경전달물질이 뇌 기능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들의 균형이 깨져 신경전달이 방해를 받게 되면 불안장애가 유발된다.

환경적 요인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일시적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불안장애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두된 ‘코로나 블루’와 같이 스트레스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백종헌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불안장애를 상담한 건수는 1만8931건으로 작년 전체 건수인 1만3067건 대비 44.8%가 늘어났을 정도로 외부 환경이 불안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서호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과거 재난이나 대형사고, 경제불안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안장애 위험이 높아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에 불안장애 상담건수 45% 급증

과거에는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보다는 숨기는 일이 많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나 불안장애를 방치할 경우 대뇌 GABA/벤조디아제핀 복합체 및 세로토닌 기능 이상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전달체계 기능의 이상을 야기하거나, 혹은 우울증, 알코올 의존, 수면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안장애의 치료로는 그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물요법, 인지행동요법 및 정신치료 등이 있다. 먼저 약물요법은 약물을 통해 무너진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이루도록 해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항불안제의 경우 장기투여 시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약물치료를 단독으로 할 경우 70% 이상의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

약물치료 외에도 인지행동치료나 마인드풀니스 명상 치료 등의 사회정신치료를 병행할 경우 90%까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자기관찰을 통해 자신의 인지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법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 치료는 마음 속 두려움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수용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제거하는 치료다. 공황범불안장애연구회 회장인 서호석 교수와 실무위원 팀이 2018년 개발 발표한 ‘공황장애의 한국형 치료지침’에서도 인지행동치료나 마인드풀니스 명상치료 등 사회정신치료와의 병행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불안장애는 여러 원인이 있는 만큼 대부분의 경우 예방이 어렵지만, 외부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불안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서호석 교수는 “불안장애는 평생 유병률이 9.1%에 달해 10명 중 1명에게는 한 번쯤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며 “설령 본인이 불안장애에 노출되더라도 자책할 것이 아니라 감기나 기타 질환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임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범불안장애’ 약물치료 지침서 만든 ‘불안장애’ 치료의 권위자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불안장애로 내원한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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