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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여러 명이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적고 있는 장면에는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라고 적힌 시험 안내 PPT가 띄워져 있다. PPT에는 ‘점수:100점 만점’,‘1번~9번까지 1개 문제당 10점’,‘10번 문제는 1점~2점/총 10점’등 시험에 대한 설명이 있고 특히 마지막 항목에는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문구가 있다.
노조는 “서울대 A팀장은 2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9일 오후 3시30분에 900동 회의실에서 재정생활관(919동부터 926동까지) 미화 주요 업무 논의를 위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준비물(수첩,볼펜 등)과 드레스코드를 지정해 공지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티에프(TF)와 간담회에서 기숙사 준공연도, 한자·영어 등의 필기시험을 봤다는 사실에 대해 “다른 동료들 앞에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점수가 보이는 채로 시험지 나눠줘서 0점 받은 사람한테는 ‘0점이네요’ 하면서 시험지를 줬다. 지적 받은 사람은 속상해서 울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측은 학교 시설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 등으로 쓰게 하는 시험에 대해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이 필요한 경우 응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공개된 사진을 근거로 ‘거짓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청소노동자들을 괴롭힌 진짜 이유는 청소노동자들에게는 필요도 없고 동시에 취약한 ‘필기시험’이라는 방식으로 모멸감을 주기 위함과 근무평가에 반영하기 위한 전형적인 노동자 통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년을 앞둔 고인에게 터무니없는 필기시험 평가가 어떤 의미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며 오 총장이 유가족·노조·국회·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노사 산업재해 공동조사단 결성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에서는 청소 노동자 B(59) 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서울대 측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힘든 노동 강도 등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