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으로 전체 여성암의 약 9%,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다. 이 감염은 종양 억제 유전자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들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은 암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질 출혈이다. 암이 진행될수록 출혈 및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궤양이 심화되
| 이슬기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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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특징을 보인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조기 접종을 권장한다. 백신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서바릭스(Cervarix)는 HPV 16, 18 두가지형을 포함하고, 가다실(Gardasil)은 HPV 16, 18 및 6, 11 네가지형을 포함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한 남성의 관심도와 접종률 또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감염경로 중 99%가 성관계인 만큼, 남녀 모두 접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뿐만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 질환, 음경·항문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에서는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의 사례를 보면, 2013년 남아를 대상으로 국가 접종 시작 후,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76%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과 불임과의 관계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이 백신을 맞았을 경우 임신율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백신접종을 한 남성과 하지 않은 남성을 비교해볼 때, 대조군에 비해 접종한 환자의 정자 움직임이 더 활발함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정자의 건강상태가 우수하며 자연임신의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은 불임 원인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녀 모두에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임신율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에 한해서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설명한 바 와 같이,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 질환, 구인두·음경·항문암 예방 외에도 불임 예방 효과까지 생각해 볼 때 남아 또한 접종 대상으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백신 접종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궁경부암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궁경부암에 대한 정기검진은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