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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선웅 연출가와 그가 연출했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고선웅(49·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의 이름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거론됐기 때문이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가를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가 경질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 의원이 밝힌 제보에 따르면 고선웅 연출이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로 인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은 박 전 차관이 (2015년 12월에 공연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작품성이 훌륭하다고 판단해 다른 공연장에서도 올리면 좋겠다는 뜻을 문체부 내부에 밝히는 등 청와대에 직접 전화해 담당 비서관에게 ‘이 사람을 리스트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도 의원은 “(담당 비서관이) ‘차관님 의견대로 하시죠’라고 해서 (국정원에) 양해를 구하고 난 뒤에 리스트에서 빠졌다는데, 몇 달 뒤에 차관이 바로 옷을 벗었다”고 의혹을 내놨다.
대학시절(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연극에 빠져살던 그는 취업 초기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전업 연극인의 길을 걸었다. 2005년 극공작소 마방진을 차리고 전 재산을 쏟아부어 극장을 지었다.
블랙리스트의 단초는 5·18 배경의 ‘푸르른 날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은 2011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에서 모두 호평받으며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후 2012년과 2013년, 2015년에 걸친 재공연에서도 전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고 연출은 복수극 끝의 씁쓸한 공허함에 주목함으로써 14세기 고전에서 동시대적인 시사점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5년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은 국립극단 2017년 첫 작품으로 선정돼 오는 18일 재공연할 예정이었다. 이번 공연은 절절한 연기로 수많은 관객을 울린 정영 역의 하성광 배우를 포함해, 초연의 출연진이 그대로 함께한다. 초연 당시 공연 중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홍식 배우의 ‘공손저구’ 역은 정진각 배우가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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