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보고서]③10분미만 배달 늘고 주문단가 높아져

[이데일리 김보경 김무연 기자] 가까운 거리라도, 배달료를 더 부담하더라도, 최소금액을 맞춰야 한다고 해도 배달음식의 편리함을 한 번 맛본 사람이면 배달을 끊을 수가 없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외출이 부담스러웠던 상황에서는 더 했다. 소비자들이 선택한 배달에 더 이상 ‘거리’와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에서 배달대행 종사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달시간 ‘10~20분’ 배달거리 ‘1㎞’가장 많아

7일 이데일리가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에 의뢰해 지난해 배달 시간별·거리별 배달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배달 가운데 배달 시간 ‘10분 미만’의 비중은 36%로 전년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10분 이상~20분 미만’으로 44.6%였지만 전년도 47.8%보다는 소폭 줄었고. ‘20분 이상~30분 미만’(13.8%), ‘30분 이상’(5.1%)도 각각 비중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여기서 배달 시간은 라이더(배달원)이 음식을 픽업해서 배달 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주문후부터 음식을 받을때까지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배달 거리별로 살펴봐도 ‘0.1㎞ 이상~1㎞ 미만’이 41.8%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거리순으로 ‘1㎞ 이상~2㎞ 미만’ 38.1%, ‘2㎞ 이상~ 3㎞ 미만’ 13.8%, ‘3㎞ 이상’ 6.3% 였다. 전년과 비교해도 비중은 큰 차이가 없었다.

주문 금액은 ‘2만원 이하’가 절반

배달 앱 초창기만 해도 거부감이 컸던 ‘배달료’와 ‘최소 주문금액’이란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자리잡으면서 주문단가가 높아졌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자사 카드를 이용해 배달 앱 사용자들의 이용금액별 이용 건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11월 전체 주문 건수에서 ‘2만원 이하’ 주문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3만원 초과 이용 건수는 11%에서 15%로 4% 포인트 증가했다. 배달 앱 이용자들의 1회 주문 단가가 높아진 셈이다.

1회 주문 단가가 올라간 까닭은 1인 가구나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했던 배달 앱을 코로나19 장기화로 구매력이 강한 중장년 세대가 이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직장 동료와의 점심을 외부 식당이 아닌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1회 주문 시 음식을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주문 단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들어 한식 및 카페·베이커리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배달대해 업체 부릉에 따르면 한식과 카페·베이커리의 배달 비중은 2018년 8.85%, 3,49%에서 작년 15.11%, 10.91%로 급증했다.

최소 주문금액의 존재도 배달 단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고객은 보통 1만2000~1만5000원 사이로 형성돼 있는 최소 주문금액 이상의 상품을 소비해야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곁들임 메뉴 등을 추가로 주문하면서 주문 단가가 올랐단 분석이다. 1만원 이하 주문 비중이 2019년 8%에서 2020년 5%로 3% 포인트 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배달앱 이용 금액별 비중(표=문승용 기자)

배달료 ‘3500원 이상’ 전년보다 7%p↑

건당 붙는 배달료도 1회 주문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배달 앱을 이용하는 고객은 주문 한 건 당 2000~4000원 사이의 배달료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비교적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빵이나 찌개류는 한꺼번에 주문하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배달료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고에 따르면 배달료 비중은 ‘3500원 이상~4000원 미만’이 26.7%로 전년에 비해 5.7%포인트 늘었다. ‘4000원 이상’도 30.9%로 1.3%포인트 증가했다. ‘3000원 이상 ~3500원 미만’은 36.4%로 전년에 이어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2.2%포인트 감소했고, ‘2500원 이상~3000원 미만’은 5.7% ‘2500원 미만’은 0.3%로 각각 3.7%포인트, 1.1% 포인트 감소했다.

새해들어 배달료는 더 올랐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1월1일부터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500원 인상했다. 날씨와 거리 할증까지 붙는 날에는 최대 1000원까지 올라간다.

배달비가 오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주문 증가와 배달 기사 부족, 배달앱 프로모션 지출 증가 등이다.

배달료가 인상되면서 배달 주문 단가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 기사에게 돌아가는 배달료는 식당과 소비자가 나눠 분담하는데, 배달료가 상승하면 식당은 음식값을 올리거나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최근 배달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긴 하지만 배달료 부담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는 오히려 떨어졌다”라면서 “지금도 높은 배달 수수료가 더 오른다면 일선 점주 입장에선 메뉴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분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