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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와 ‘배달통’ 운영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간의 기업결합 심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존 굴뚝 산업의 인수합병(M&A)과 달리 이번 심사는 플랫폼 기업 간의 결합을 다룬다.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래하는 ‘단면시장’을 넘어 중간에 플랫폼이 개입하는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인 데다 배달기사·음식점 피해, 빅데이터 독점 등 여러 이슈들이 2중, 3중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DH의 요기요, 배달통,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등 3개 배달앱을 합치면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해 딜 발표 때부터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반면 배달앱은 전화주문과 함께 경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과점이 아니라는 반박도 거세다. 양면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음식점주, 배달기사의 부담을 소비자 후생으로 돌릴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독과점 우려가 크다, 아니다 등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M&A 허용여부를 판가름 할 수 없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툴인 ‘경제분석’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경제분석은 공정위가 마음대로 시장플레이어에 칼을 댈 수 없도록 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면서 “이번 M&A는 경쟁 상황을 따지는 시장획정부터, 갑을문제, 빅데이터 독점여부까지 논란이 많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장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경제분석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번 M&A의 경제분석은 스승과 제자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으로 진행된다. 이상승(58)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최미강(40) 공정거래위원회 경제분석과 사무관이 주인공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동기인 이 교수는 공정거래·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특히 경제분석 ‘달인’으로 불린다.
국내에 아직 경제분석가들이 흔치 않다 보니 이들은 때로는 ‘아군’ 때로는 ‘적군’으로 만난다. ‘특허공룡’ 퀄컴과 1조원대 과징금 소송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합심이 빛을 발했다. 이 교수는 공판기일 마지막에 공정위 측 증인으로 출석해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했고, 재판부를 설득시켰다. 글로벌 기업과의 소송전이란 부담 때문인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좀처럼 나서 주지 않았지만 제자 눈치를 봐서인지 공정위에 힘을 보탰다.
이제는 4조8000억원에 달하는 DH-우아한 형제 M&A를 놓고 사제간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DH측 경제분석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M&A 이후에도 독과점 남용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경제분석 결과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배달앱은 기존 전화주문하고도 경쟁관계에 있고, 언제든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동태적 혁신 시장이라는 점을 각종 통계 데이터 등을 통해 입증했다. 자칫 공정위가 칼을 잘못 휘두를 경우 ‘혁신’을 막을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배달주문 시장을 전국단위부터 시, 군, 읍, 면 단위까지 분석했고, 심지어 날씨 변화에 따른 주문량까지 적용하는 등 치밀한 분석을 했다는 후문이다.
스승과의 진검승부에 부담도 있을 터지만, 최 사무관은 당당했다. 최 사무관은 “이 교수님이 경제분석 전문가이시다보니 같은편이든 반대편이든 수차례 함께 경제분석을 했다”면서 “서로가 프로이기 때문에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경제분석
경제분석이란 사업자의 행위가 시장, 경쟁사업자, 소비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으로 따지는 것을 말한다. 경쟁당국이 시장으로부터 제재에 대한 신뢰성 및 합리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쟁법 집행의 핵심 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