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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신 월세(반전세) 매물이 전·월세 시장에 쏟아지면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놨지만, 월세 매물이 앞으로도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내려도 여전히 은행금리보다 높을 뿐더러 보유세 등의 세부담을 월세를 통해 충당하려는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 말부터 계약 갱신시 낮은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되는 만큼 그 전에 ‘막차 갱신’을 통해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역대 반전세 비율 최대 15%
정부는 19일 법정 전월세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추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이달 말 입법예고하고 10월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사항으로는 △전월세 전환율 2.5% 하향조정 △분쟁조정위원회 6개소에서 18개소로 확대 △허위 갱신거절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정보열람권’ 확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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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로 봐도 지난 6월부터 반전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6월 9.7%에 불과했던 반전세 비율은 7월 10.1%로 소폭 상승, 이후 8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달 반전세 비율이 대폭 증가한 데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임대차3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크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는 평균 1.64%다. 경기불황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차라리 월세를 받는 게 이득”이라는 전략으로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반전세로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과거 인기가 없던 반전세 매물이라도 계약하려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정부가 급하게 전월세 전환율을 대폭 낮춘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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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월세율 인하에도 월세 전환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예금금리가 1%대로 낮기 때문에 재계약 때 전세보다는 월세 계약을 하는 게 집주인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규계약시에는 적용이 안돼 4년 뒤 집주인이 여전히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을 크게 높일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신규 계약 시에 전월세 가격은 집주인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여전하다”며 “계약 갱신 때 월세를 크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신규계약 때 월세가격을 올리려는 흐름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에서는 법정 전환율을 강제조항으로 바꾸기 위해 ‘처벌 조항’을 두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상 법정전환율 자체가 ‘권고사항’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법정전환율이 권고조항이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제조항)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전월세전환율보다 높은 월세를 받는 등 규정을 어긴 경우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