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SRE][감수평]혼돈의 시대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 등록 2015-11-25 오전 6:50:00

    수정 2015-11-25 오전 6:50:00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22회 신용평가전문가 설문(SRE)은 우리 회사채시장이 또 하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3년 9월 동양그룹 사태 이후로 국내 회사채시장에서는 대규모 신용사건의 공백기가 이어져 왔고,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되면서 상반기 회사채시장은 BBB급 회사채의 발행이 러시를 이룰 정도로 견조한 자금흐름을 보여줬다.

그러나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 어닝쇼크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건설·조선·해운업종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시장에 따사로운 봄날은 가고 북풍한파가 몰아치는 차가운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환경의 변곡점과 더불어 신용평가사간의 등급신뢰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 등급신뢰도의 영역에서 전통의 강자는 쇠퇴해지고 도전자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회사채시장에서는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위험회피 성향이 커져갈수록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공포감이 커지게 되면 투자자들의 정보수요는 보다 왕성해지며, 정확한 정보 분석과 분석결과의 신속한 전달이 그만큼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자간 역전의 기회도 시장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찾아오곤 한다. 신용평가사가 올려주는 한줄기 횃불은 동틀 녘보다는 어둠이 짙게 내리는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며, 혼란에 빠진 투자자의 길목을 제대로 밝혀주는 정확한 위치선정에 대해 시장은 더 큰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의 오래된 논쟁거리인 제4 신평사의 설립에 관한 시장의 의견표명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그간 시장과 학계는 새로운 신용평가사의 시장진입에 대해 찬성 및 반대의 의견을 다양하게 피력해 왔다. 다양한 등급평정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등급쇼핑 행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찬성론과 신용평가사간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서 수익확보를 위한 등급인플레 행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온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공감대는 점차 제 4신평사의 등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형성돼 가는 듯하다. 오랜 기간 개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변화의 모습이 뚜렷하지 못했던 신용평가업계에 시장은 이제 과감한 시도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제4신평사의 출현이 신용평가업계가 가진 문제점들을 뚜렷하게 해결해 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낮은 진입장벽에 의한 자유로운 시장 진입 허용이 자본시장 효율성 개선의 기본방향임을 고려해 시장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회사채시장에 기업구조조정의 눈보라를 동반한 혼돈의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한겨울의 눈보라를 버텨내는 것은 온전히 시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지만 시장이 한줄기 온기라도 나눠가질 수 있도록 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의 빈곳을 채우는 역할을 다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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