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막한 국립극단 청소년극 ‘영지’의 한 장면. 효정(김별 분)과 소희(경지은 분)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때 영지(박세인 분)가 “난 김완선 좋아하는데”라며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김완선이 누군데?” “있어. 엄청 멋있어. 마녀 같아.”
초등학생의 성장통을 다뤄 주목을 받았던 연극 ‘영지’(허선혜 작, 김미란 연출)가 1년 만에 업그레이드돼 무대에 다시 올랐다. 2018년 국립극단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를 통해 ‘병목안’이라는 제목으로 개발한 작품으로 지난해 5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초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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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소희, 병목안의 ‘어린이 스타’ 효정에게 영지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른들이 영지를 ‘마녀’라고 부르며 피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아이는 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대로만 살아왔음을 서서히 알게 된다. 영지가 만드는 이야기 놀이에 동참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기 위해 때로는 세상에 맞서 ‘물구나무’를 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국립극단은 그동안 주로 중·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소년극을 선보여왔다. ‘영지’가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10대 초반 아이들에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작품은 이제 막 10대에 접어든 아이들도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영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의 화형식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환생식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주요 배역인 영지, 효정, 소희 역은 배우 박세인, 경지은, 김별을 새로 캐스팅해 초연과 다른 신선함을 더했다. 이종민, 전선우, 지승태, 최지혜, 하재성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섯 명의 악마선생 역으로 등장한다. 오는 6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29일과 6월 1·4·5일 공연은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를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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