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명분·실리 다잃은 주호영, 반전카드 없이 ‘진퇴양난’

통합당, 최다선 주호영에 기대 걸었지만
법사위 내주고 실리도 못챙겨 실망감
비대위·원내 재신임 받아 복귀할 듯
  • 등록 2020-06-17 오전 6:00:00

    수정 2020-06-17 오전 6:00:00

= 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 옆을 지나고 있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21대 국회 통합당 원내사령탑 당선의 기쁨을 맛본 지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섰다. 그는 15일 21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대여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물론 통합당 의원들의 재신임을 받아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내대표로 복귀해도 이렇다할 돌파구가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법사위 잃은 주호영 사의..대안 없어 복귀할 듯

16일 통합당에 따르면 원내 컨트롤타워가 공석이 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주 원내대표에 사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또 비대위에서도 (주 원내대표를) 재신임 할 것”이라며 “성일종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만나러 가서 비대위에서 논의한 입장을 전달 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임 원내대표 선출 계획을 묻자 “그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6개 상임위원회에 강제 배정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통적으로 제 1야당이 맡았던 법사위원장을 빼앗기자 주 원내대표는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정치권에선 주 원내대표가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기 전 선제적으로 사퇴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합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하며 재신임했지만, 주 원내대표가 사퇴 의지를 굽히지 않아 통합당 원내 업무는 당분간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대행 체제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는 대안 부재를 이유로 복귀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치른 원내대표 선거를 한 달여 만에 다시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5선 조경태 의원은 15일 주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사퇴론까지 거론했지만 이에 공감하는 의원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주 원내대표가 복귀한다 해도 현재 위기를 돌파할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원내사령탑 리더십도 심하게 흔들렸다. 결과적으론 민주당에 법사위를 내주고도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나름대로 협상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에 가져갔지만 추인받지 못했다.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 15일 통합당 비공개 의총에서도 산업자원통상벤처중기위원회·정무위원회 등 알짜 상임위를 받아오자는 협상론과 ‘법사위를 받지 못할 바에 모든 상임위를 포기하자’는 강경론이 맞섰다. 주 원내대표는 협상론에 힘을 실었지만 강경론이 우세했다고 한다. 통합당 한 의원은 “20명 가까이 발언했는데 분위기가 점점 강경파로 흘렀다”며 “주 원내대표가 이를 이기지 못했다”고 전했다.

산전수전 겪은 주호영에 기대 걸었지만..마땅한 돌파구 없어

책임론은 면했지만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은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당시 주 원내대표가 두터운 정치 협상 경험을 내세워 당선된 만큼 수적 열세를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친이계였던 주 원내대표는 20대 총선 땐 ‘진박 공천’에 희생돼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또 21대 총선 공천 당시 영남 의원들이 물갈이에 내몰리는 가운데서도 그는 대구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살아남았다. 여권의 대선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을 꺾어 정치적 위상도 높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바른정당에 다녀왔으나 잔류파 의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원내대표로 취임한 뒤 행보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였다.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고, 닷새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을 참석해 통합당의 변화 및 협치 의지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야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통합당 내에선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 원내대표가 안정적으로 21대 국회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주 원내대표가 돌연 사퇴하자 통합당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가 복귀해 나머지 상임위를 두고 협상에 나서기에도 늦어버렸다.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당분간 국회 의사일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이지만 ‘발목잡기’ 프레임이 우려된다.

아울러 장외 투쟁도 고려사항이 아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때부터 장외로 나가지 않고 원내에서 투쟁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통합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회에서 절대 활동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국회 ‘보이콧’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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