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궁극의 맛’이 공연 중인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좌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의자가 없고 대신 무대가 있을 자리에 바 테이블과 의자가 긴 삼각형 형태로 가지런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한 조명이 마치 프라이빗한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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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곳에서 열린 전막 시연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신유청 연출은 “배우 주변에 관객이 있고 관객 앞에 테이블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독특한 무대 배치 이유를 설명했다. 신 연출은 “처음에는 네모난 형태로 테이블을 배치하려고 했지만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며 “불안함과 날카로움이 존재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지금처럼 삼각형 구조로 무대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궁극의 맛’은 고급 레스토랑과 전혀 무관한 연극이다. 도박, 폭행, 살인 등 다양한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의 속사정을 음식으로 풀어낸다. 원작은 츠치야마 시게루의 만화 ‘대결! 궁극의 맛’. 각색으로 참여한 극작가 황정은, 최보영, 진주가 원작의 설정만 빌려와 총 7편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신 연출은 작가들과 함께 각각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연극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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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무의 시간’ ‘자정의 요리’ ‘선지해장국’ ‘파스타파리안’ ‘왕족발’ ‘펑펑이 떡이 펑펑’ ‘체’ 등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소고기뭇국, 라면, 선지해장국, 족발, 파스타 등 각양각색의 음식을 소재로 재소자들의 사연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일부 음식은 실제로 무대에 등장해 관객의 식욕을 당긴다.
마지막 에피소드 ‘체’는 음식이 아닌 구토를 다뤄 웃음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눈길을 끈다. ‘체’를 쓴 황 작가는 “내가 생각한 ‘궁극의 맛’은 음식을 완전히 다 소화한 상태”라며 “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리고 각자 다른 궁극의 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다 구토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강애심, 이수미, 이주영, 이봉련, 김신혜, 신윤지, 송광일 등 연극 무대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110분 동안 관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다 보면 작품 속 이야기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산아트센터의 기획 프로그램 ‘두산인문극장 2020: 푸드’ 작품으로 오는 20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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