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젊은 사장님들은 가게 운영 방식에서도 과거 선배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단순 자영업자로 남기를 거부한다. 작은 매장도 엄연한 사업체라는 생각으로 자금모집과 홍보, 회계 관리에 있어서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법한 방법을 쓰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 유치에 홍보까지 김치찌개 브랜드 ‘백채김치찌개’를 운영하는 심플에프앤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를 모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자금만 1억3823만7000원. 투자금 유치에 홍보효과까지 톡톡히 거뒀다. 심플에프앤비는 이 돈으로 신 메뉴를 개발하고 반찬용 김치 개발과 판매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또 투자금 일부는 가맹점과 나눈다. 가맹점 본사와 점주가 같이 성장하겠다는 의미다.
| 백채김치찌개 운영사 ‘심플에프앤비’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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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데이 안동찜닭’이라는 찜닭 매장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당초 목표 금액을 2배 넘긴 1120만원의 펀딩을 받았다. 강남 논현동 맛집으로 알려진 ‘하코’는 프랜차이즈 2호점을 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목표 투자금액 3000만원 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한 매장 홍보 효과는 덤이다.
젊은 창업자들 덕분에 크라우드 펀딩 이용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와디즈의 식품 카테고리 프로젝트 수는 올해 1월부터 11월 15일까지 825건으로 전년(2018년, 388건) 대비 113% 증가했다. 펀딩 금액도 한 해 사이 78억원으로 전년 동기(42억원) 대비 87% 증가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밀레니얼과 Z세대인 2035세대 비율이 전체 가입자에서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심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올해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전체에서 푸드 분야는 패션·잡화 카테고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 와디즈 내 펀딩 금액 규모. 2019년은 1월~11월15일 수치. (그래프=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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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공급 ‘본사 독점’ 없애 잡음 차단, 회계기법 도입해 재고관리도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불화가 끊이지 않는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가맹 본사가 식자재 공급을 과감히 대기업 급식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대부분의 가맹본사는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이윤을 취하고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불투명한 식자재 가격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
김민규 응급실떡볶이 창업자는 식자재 유통을 대기업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에 맡겼다. 식자재 유통을 통해 얻는 이윤을 포기했지만 응급실떡볶이는 그 덕에 마케팅과 경영에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대기업에서 식자재를 공급받다 보니 가맹점주들의 만족감도 크다.
응급실떡볶이는 창업 4년 만에 전국 가맹점 수를 200여개로 늘렸다. 기존 프랜차이즈 유통 구조를 과감히 깬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작지만 내실있게 운영되는 윤정용 요거트맨 종로서적점 점주의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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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용 요거트맨 종로서적점 점주는 회계사 경력을 매장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현금 흐름과 제품단가, 고정비, 재고 관리 등의 회계 기법을 자신의 매장에 적용했다. 덕분에 그의 매장은 작지만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업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등 외부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소규모 카페 점주이면서 이를 활용해 업계 인플루언서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젊은 외식 창업자들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 사용에 능숙하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앱을 사용해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고 매출을 늘리는 일은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 배민아카데미에서 ‘사장님이여 회계하라’라는 주제로 강연중인 윤정용 요거트맨 종로서적점 점주 (사진 = 김유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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