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불안하길래…런던 시민들 식료품 사재기

[브렉시트 두달 앞…안개 낀 영국을 가다]①
시민들 '노딜' 기정사실로 인정
먹거리 쓸어담아 마트 매대 텅텅
"값싼 식료품 천국은 옛말 될 것"
전문가들도 서민물가 급등 우려
  • 등록 2019-09-03 오전 6:00:00

    수정 2019-09-03 오전 6:00:00

지난 28일 늦은 오후(현지시간) 영국 시내 한 대형마트의 과일·야채 코너가 텅텅 비어있다. 오는 10월 말 이후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입 비중이 높은 과일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런던=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 28일 늦은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베이스워터 지역에 위치한 대형마트 웨이트로즈. 이곳의 과일·야채 코너는 4분의3 이상이 비어 있다시피 했다. 1㎏당 2.5파운드(약 3680원)인 대파와 4개에 2파운드인 복숭아는 금세 동이 났다. 포도, 당근, 브로콜리, 비트, 딸기 등도 마찬가지였다.

웨이트로즈의 한 직원은 “아침에 채워놓는 과일과 야채는 요즘 더 빨리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에 대한 물음에는 “(올해 10월 말부터) 브렉시트가 되면 식료품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지에서는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신선식품 소비를 늘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영국은 식재료가 싸고 신선한 나라다.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매일 통관 절차 없이 무관세로 수입되는 덕이다. 와인과 맥주가 저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런던에 사는 한인들은 “식료품은 한국보다 저렴하다”면서도 “브렉시트 이후에는 더 비싸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값싼 식료품의 천국’ 영국이 흔들리고 있다. 브렉시트의 불똥이 식료품에 튀어 영국 서민들의 삶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영국과 EU간 거대 교역망이 무너지면 미·중 갈등에 버금가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런던 경제계와 금융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서민 물가의 급등 가능성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소비하는 식료품의 28%(지난해 기준)는 EU에서 생산된 것이다.

런던에 파견된 한 국내 고위당국자는 “런던은 외식 물가가 비싸 거의 집에서 조리를 해 먹는다”며 “과거 여느 경제 충격처럼 브렉시트의 타격도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장바구니 물가가 10%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브렉시트의 혼돈 속에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 식료품 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게다가 통관 절차가 지연되면 식료품의 신선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웨이트로즈, 세인즈버리, 테스코 등 마트에서 최근 사재기 조짐마저 있는 이유다.

영국 현지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들은 브렉시트 강경파인 ‘더벅머리’ 보리스 존슨 총리를 연일 1면에 싣고 있고, 영국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노딜(no deal·합의 없는) 브렉시트 캠페인(Get ready for Brexit)을 띄우고 있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유럽만의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과 함께 국내총생산(GDP) 기준 5대 경제 대국이다.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세계 교역량 감소→한국 수출량 감소 등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의 월별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