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감수평]"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할 용기”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전 7:00:00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2013년 하반기 18회 SRE는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히 진행됐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법정관리라는 대형 신용사건으로 인해 금융계는 요동쳤지만 신용평가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왔기 때문에 올 것이 왔다는 담담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들의 관심은 어느 기업이 동양그룹의 뒤를 이을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해가는 모습이었다.

SRE 결과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은 신용평가의 적시성에 대해 시장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건전성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신용평가의 제공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등급조정의 적시성이 신용평가의 신뢰도 향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됐고 시장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평가사에 후한 점수를 줬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전망이나 감시제도의 개선 노력에 시장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등급평가에 대한 발행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신용평가사가 정확한 신용평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스스로 규제하는 메커니즘이 되도록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SRE 결과는 신용평가사와 시장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있다. 시장의 평가와 신용평가사의 판단에 괴리가 생길 때 이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 된다. 신용평가의 핵심 업무는 옥석 가리기이다. 좋은 것은 좋다고 평가해야 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평가해야 한다. 나쁜 것을 나쁘다고 확인해줄 때 시장은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을 신용평가가 좋다고 말할 때 시장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며 많은 경우 높은 비용을 치르곤 했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시장은 그 비용을 비싸게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는 나쁜 것은 나쁘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 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RE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시장이 치열하게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신용평가회사의 절실한 자구노력은 평가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본사항이다. 더불어 신용평가전문가 설문과 같은 시장의 감시체계가 가지는 역할도 일관성 있게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호흡을 길게 잡고 먼 길을 가야 한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다. 신용평가사와 시장참여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갈 때 시장의 발전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SRE 감수 황세운 실장 약력

2007.8~2011.8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1.9~2012.7 상명대학교 경영대학 금융경제학과 교수

2012.1~현재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발전협의회 위원

2012.12~현재 울산항만공사 재무전문가 자문위원

2013.2~현재 금융투자협회 신용평가기관 평가위원회 위원

2013.2~현재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발전위원회 위원

2013.6~현재 기획재정부 거시재정자문회의 자문위원

2012.8~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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