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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하나는 퇴직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올해 10월) 집계된 롯데쇼핑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수는 2만4479명으로 작년 12월(2만7540명)과 비교하면 11.1%(3061명) 감소했다. 국민연금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일부 예외(연금중복, 일용직 등)를 제외하고 의무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 숫자가 줄었다면 회사를 나갔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들어 롯데쇼핑 직원 10명 가운데 1명은 회사를 그만뒀다는 것이다.
연말로 갈수록 직원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달부터 올해 연말까지 인력 감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업 부문 간부급 사원(과장) 70명씩 총 140명이 대상이다. 예년에 총 20명 미만이었는데 이번에 대폭 늘었다. 퇴직금에 더해 2년 치 기본급을 위로금으로 줄 예정이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 구조를 벗지 못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만 백화점과 마트 99곳을 폐점해야 했다. 올해 힘들던 실적이 3분기에 개선한 이유는 역설적이게 ‘구조조정 효과’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희망퇴직 성격이 아니라 매년 높은 연차 대상으로 자진 퇴사하던 것의 연장”이라며 “올해는 상황이 어려워서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황이다. 지난달 근속연수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15~19년차 직원은 근속연수에 5개월 치를 더한 급여를, 20년 차 이상 직원은 40개월 치 수준 급여에 더해 2년간 건강검진과 회사 온라인몰 직원가 할인 혜택을 각각 제공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직원은 5653명으로 올해 들어206명 감소한 상태다. 희망퇴직을 마무리하면 직원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회사가 1945년 설립하고 처음 있는 구조조정이었다. 코로나19로 소비의 축이 온라인으로 옮겨갔으나 오프라인 기반 사업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드 사태로 힘들던 당시에도 구조조정은 없었다”며 “올해는 당시보다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외식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리아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는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해 20년 차 이상이었는데 올해 문턱을 낮췄다. CJ그룹의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은 지난 10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근속 5년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애초 예정한 기한이 넘어서까지 희망퇴직이 이어졌다고 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조직이 어려워서 희망퇴직을 단행한 적은 최근 십 년래 없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회망 퇴직은 불황형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회사와 직원 모두가 고난하다. 호황을 계기로 단행하는 공격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성격이 아예 다르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겪은 A사 관계자는 “위로금을 두둑하게 주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금융사 구조조정을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가벼운 주머니로 나가는 직원도 만족 못하고, 그렇게 내보내야 하는 회사 마음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회사는 희망퇴직 규모가 예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취업이 여의치 않아서 선뜻 퇴직을 결심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룹 안에서나 동종 업계 안에서 나가는 인력을 재흡수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느 곳이라고 사정이 넉넉하지 않고, 언제든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불안에서다.
CJ그룹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그룹은 인력 수급 불균형을 교차 채용으로 해소하는 등 교류 장벽이 낮은 편인데, 이번에 이뤄진 희망퇴직에서 이런 채용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