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는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업체로, 현재 주력사업은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이다. 회사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와 이를 탑재한 SSD 제품군을 개발하며 주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다수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지난 2월 약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마무리, 국내 팹리스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에 등극한 바 있다.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 세 달 만에 회사의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회사는 3분기 매출 3억2081만원, 영업손실 148억2135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시기 대비 98% 감소했고, 적자폭은 15배 이상 커졌다.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로 시장도 출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 주가는 2·3분기 실적 발표를 한 지난 8일 이후 2거래일 동안 45.3% 폭락했다. 실적 발표 전 약 1조6890억원이었던 파두의 시가총액은 7000억원 가량 증발해 1조원 밑으로 주저 앉았다.
파두는 13일 성명을 통해 “낸드와 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했고, 이는 해당 분기의 당사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며 “갑작스런 고객의 발주 중단은 우리가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그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도나 계획은 없었다는 것이 파두 측 설명이다.
이어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신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IPO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기존 예상과는 달리 3분기가 본격화되어서도 시장이 개선되지 못했고, 3분기 중반 이후로 시장의 심각한 침체가 가속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SSD 시장 전체에 공포가 찾아오면서 신규 고객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연기 및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하반기에 기대했던 매출의 회복 역시 상당기간 지연되는 상황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우리는 이익미실현기업으로 관련 법규에 근거해 요구되는 검토 및 입증절차를 통해 상장됐다”며 “때문에 그 과정에 있어 그 어떤 부정적인 요소가 관여할 수 없는 적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 안정세 찾을 것”
기존 고객 이탈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존 고객이 파두 제품이 아닌 경쟁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2분기와 3분기 발주가 중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최종 고객사로부터의 발주 자체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고객들과의 협업관계는 매우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4분기부터는 소규모라도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기존 고객들은 파두의 기존 제품을 비롯해 추가적으로 더 다양한 제품군을 채택해 확대하는 것으로 올해 결정했고, 현재 이러한 후속 신규제품들의 추가 공급을 위한 인증절차가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파두 측은 ▲낸드 시장의 회복이 데이터센터의 수요회복 시점과 맞물리지는 않는다는 점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각 업체들의 시스템 특성이 매우 개별적이고 긴 리드타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 ▲회사의 고객수가 아직은 한정적이라는 점을 들며 2024년까지는 분기별로 불안정한 실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회사는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실적 성장 속도 및 지속성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2024년 하반기로 가면서 매출 및 수익성의 안정세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두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탈(VC) 대부분은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 중 지난 2016년 파두의 시드 투자부터 함께한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이달 3일부터 8일까지 수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6.92%에서 2.86%를 매각하며 투자금을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