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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아직 ‘정책 실탄’이 남아 있다”며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드러냈다.
연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FFR)를 0.00~0.25% 수준, 즉 제로금리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과 같았다.
연준은 FOMC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 경로는 코로나19 향방에 상당히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도전적인 시기에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FOMC는 연준이 지난달 말 전례가 없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기로 한 이후 처음 열린 회의다. 연준은 이 때문에 성명서에서 기존의 2.0% 인플레이션 목표치 부분을 비교적 큰 폭 수정했다. ‘한동안(for some time)’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어 물가 상승률이 2.0%를 장기간 넘어도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연준은 다만 미국 경제의 향후 경로는 이전보다 다소 밝게 봤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월 당시 -6.5%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0.8%에서 1.2%로 올렸다. 실업률 전망치의 경우 9.3%에서 7.6%로 하향했다.
이날 연준의 정책 요지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는 회복이 빠르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근 AIT의 전격 도입 결정에 이은 초완화적인 비둘기 모드라는 평가다.
파월 “경제 전망 불확실…실탄 많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 후 화상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더 빠르게 진행 중”이라면서도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경제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초 경제 활동과 고용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추가 재정 지원은 연준이 보는 경제 회복 조짐의 필수 요인이었다”고도 했다. 경제 전망치 상향 조정의 여러 근거 중 하나로 의회의 재정 부양을 든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정책 실탄이 바닥 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는 “많은 수단들을 갖고 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연준은 많은 대출 프로그램들과 포워드 가이던스 등 할 수 있는 게 많이 남아 있다”며 “그 수단들은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카터 레녹스 웰스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연준은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에 억제되지 않는 지원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연준의 이같은 비둘기 모드에도 장중 증시는 하락 반전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5% 내린 1만1050.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6% 하락한 3385.49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0.13% 소폭 올랐다.
뉴욕 증시는 FOMC 결과가 나온 이후 한동안 급등했으나, 이후 초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빠지면서 덩달아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