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여상규 “朴, 탄핵 인정하고 보수통합 메시지 내달라”

총선 불출마 선언한 자유한국당 여상규 법사위원장
"선거법·공수처법 통과 절망…한국당 지도부 지리멸렬"
"黃, 보수통합 절실히 매달려야…총선에 정치인생 달려"
"무죄만 주장하는 朴, 무책임…보수 이겨야 떳떳이 사면"
  • 등록 2020-01-17 오전 6:00:00

    수정 2020-01-17 오전 7:27:36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수가 탄핵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으로 나눠서 싸우면 망하는 것을 뻔히 알 텐데 왜 그렇게 무책임 한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탄핵 찬반 이야기는 그만하고 보수는 하나로 뭉치라’고 메시지를 내야 한다.”

최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72)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민감한 이야기를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당내 여전한 친박(친박근혜)·비박계의 갈등을 모를 리 없겠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투였다. 앞서 여 위원장은 불출마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도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 “무기력하다”며 직격탄을 날려 화제가 됐다. 공천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들만 할 수 있는 날선 고언이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인터뷰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여 위원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강행 처리되는 것을 보며 정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18대부터 경험한 3번의 국회 중 20대 국회가 가장 최악이라고 말한 여 위원장은 “이젠 의원들이 당에 완전히 예속돼 여야가 다르면 소통도 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다음은 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당내에서도 뚜렷한 경쟁자도 없는 상황에서 불출마 선언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여 위원장의 지역구는 보수 텃밭인 경남 사천·남해·하동이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실망스럽게 통과된 것이 마음을 굳힌 결정적 계기였다. 이런 정치판에서는 더 할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완전히 무시하고 군소정당과 함께 법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도 그렇지만 우리도 너무 지리멸렬하게 무너졌다. 불출마 선언을 통해 당 지도부에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한국당이 막을 방법이 있었나

△패스트트랙 사태는 문희상 의장이 오신환 의원을 불법으로 사법개혁특위에서 사보임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의 명백한 직권남용에 저항한 것이니 모두 정당행위로 봐야 한다. 검찰이 패스트트랙 사태에 관련된 의원들을 기소했으나 정치적 행위라 99%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본다. 만약 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당에서 꼭 보호하겠단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면 다들 뭉쳐서 어떻게든 법안 통과를 막았을 거다. 그런데 지도부는 그런 인식은 심어주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현역의원 50% 물갈이와 강제 컷오프만 언급했다.

-어쨌든 국회 의사결정 원칙은 과반수 확보가 아닌가

△20대 국회가 처음 출발했을 때 민주당(123석)과 한국당(122석)은 1석밖에 차이가 없었다. 예를 들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45%씩 국민을 대변한다고 가정하면, 둘이 합의해 결정한 법안은 결국 국민 90%를 대변하는 거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을 무시하고 국민 10% 정도만 대변하는 군소정당과 손잡고 법안을 처리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대다수 국민이 아닌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 의사만 반영해 법안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는데

△사실 험지 출마를 하느냐 아니면 비례대표를 받고 전국에서 지원 유세를 하느냐는 황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만 비례대표를 받게 된다면 앞 순번이 아닌 지지율이 높아야 당선될 수 있는 뒷 순번을 받았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거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인터뷰
-황 대표가 21대 총선을 잘 치를 것이라고 보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총선을 잘 치르면 황 대표도 살 수 있지만 패한다면 황 대표의 정치생명도 끝난다는 거다. 황 대표도 그것을 알기에 선거법과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목숨을 건 단식도 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장외농성도 했던 것 아닌가. 그래서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 더욱 아쉽다.

-중진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국당 공천을 받아 쉽게 이길 수 있는 영남권을 꿰차고 앉아서 4~6번 당선된 의원들은 이제 당에 기여할 때도 된 것 아닌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당선되면 본인도 좋고 당도 산다. 그리고 이름이 알려진 중진의원들이 초재선 의원보다는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

-보수통합이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당 지도부가 총선승리를 위한 절대적 명제인 보수통합에 사활을 걸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황 대표도 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 텐데 그렇다면 통합이 적당히 할 일은 아니지 않나. 그간 황 대표도 당내 소위 친박들이 유승민 의원과 중도보수 통합하는 것에 탐탁지 않게 말하면 금방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 절실한 행동이 없어서 지지부진했는데 그래도 요즘은 약간 감을 잡는 것 같아.

-태극기 세력도 함께 갈 수 있나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인 박정희 대통령을 아버지고 두고 있는 분이 큰 틀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하지 않고 왜 자신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자신이 모든 탄핵 책임을 지고 보수는 뭉치라고 이야기를 하면 태극기가 저렇게 난리를 피울 수 없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자기만 억울하다 무죄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보수통합 방해만 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 탄핵 무효와 무죄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탄핵을 인정하든 안 하든 이미 탄핵은 됐다. 결과적으로 탄핵을 정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혐의가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으면 할 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도 보수통합을 도와서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그때는 더욱 떳떳하게 사면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보수통합을 외쳐야 한다.

-‘법사위 발목’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축소해야 한단 지적이 있는데

△미국 같이 상원·하원이 있는 양원제 국가는 모르겠지만 한국처럼 단원제 국가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가 꼭 필요하다.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어디까지냐는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도 다른 상임위에서 정상적으로 넘어온 다수의 법안이 여야의 합의 아래 법사위에서 재논의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체계·자구심사 기능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법사위만큼 법에 대한 전문성을 갖긴 어렵다. 또 여야 모두 법사위에서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법대로만’ 판단했으면 좋겠다.

-법사위원장을 하시면서 박지원·김종민 의원과 크게 다퉈 화제가 됐다

△이유 없이 ‘버럭’한 일은 결코 없다.(웃음) 법사위원장으로서 회의 진행을 해야 한다는 공적인 책무 때문에 그랬다. 개인적인 감정 없이 그런 것이니 회의 끝나고 헤어질 때는 서로 인사 잘하고 헤어진다. 박지원 의원은 고성이 오간 며칠 후 부인상을 당하셨는데 그때도 바로 조문하러 갔다. 또 여당 의원에게만 화를 냈던 것도 아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인터뷰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설레는 '츄'
  • 강력한 한 방!!!
  • 뉴진스 소감 중 '울먹'
  • 이영애, 남편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