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뭐먹지]조선 땅 재침공한 ‘마사무네’ 대신 국산 청주 어때요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청주 올리는 것이 일반적
일제강점기 거치며 가정에서 술 만드는 것 금지
집집마다 청주 사라지자 ‘마사무네’가 자리를 대체
  • 등록 2020-10-01 오전 9:00:00

    수정 2020-10-01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복이다.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신께 바친 술을 나누어 마시는 행위다. 처음에는 제주(祭酒)를 마시는 것만을 음복이라 하였으나, 나중에는 술과 제찬(祭饌) 등 모든 제물을 나누어 먹는 모든 행위를 음복에 포함시켰다.

술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태어난 오래된 음료수니만큼 전 세계 제례에서 사용된다. 당장 천주교만 보더라도 미사에서 포도주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또한 중국에서 파생된 제례를 따르며 술을 올렸다. 본디 차례란 차(茶)를 올리는 약식 제사였지만, 차 자체가 워낙 사치품이었던 만큼 술로 대신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일본 정종 중 하나인 키쿠마사무네(사진=재팬스토어)
제사에는 왜 청주를 쓰나요

차례나 제사에는 보통 청주를 사용한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했던 축문의 구절 중 “삼가 맑은 술과 음식으로 공손히 잔을 올리니 흠향하소서”(謹以淸酌庶羞恭伸奠獻尙饗)란 구절에 따른 것이다. 청주란 누룩과 쌀을 이용해 탁주를 담근 후, 용수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침전시키거나 고운 천으로 술지게미를 걸러낸 맑은 술로 주로 상류층이 즐기던 고급 양조주이다. 이 청주를 증류하면 증류식 전통소주가 된다.

한국의 청주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일본의 사케다. 다만 사케와 청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 사케가 곰팡이 중 누룩곰팡이 하나만 인위적으로 종국하여 배양시킨 입국을 사용하지만 한국식 누룩은 여러 종류의 미생물을 사용한다. 따라서 사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유의 향을 갖지만 전통 청주는 풍미가 복합적이다.

특히 제사 음식은 집에서 손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자 전통이기 때문에 조선 말까지만 하더라도 각 집안마다 청주를 따로 빚었다. 당연히 각 집안별 청주의 맛이 달랐고, 청주로부터 파생한 소주, 청주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에서 탄생한 막걸리도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전통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전통주는 급격히 쇠퇴했다. 일제는 세금을 걷기 위해 허가를 받은 양조업자만 술을 만들게 하였고 이에 따라 집집마다 술을 만드는 일은 엄금됐다. 특히 쌀을 수탈해야 하는 일제의 입장에서 술로 쌀을 빚는 행위가 달가울 리 없었다. 결국 일부 양조장을 제외하고 집에서 만들던 우리나라 전통주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 미야기 현 센다이에 있는 다테 마사무네 기마 동상


독안룡 다테 마사무네, 조선 땅을 재침공하다

사라진 청주를 틈타 시장을 잠식한 것이 바로 ‘마사무네’다. 흔히 ‘정종’으로 알려진 술이다. 1840년 일본 효고현의 한 주조장인이 만든 청주로 청주(淸酒)와 정종(正宗)이 ‘세이슈’로 발음이 같다는 것을 착안해 만들어낸 상표다. 문제는 정종(正宗)이 ‘마사무네’(정종·政宗)라고도 읽힐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전국 시대 무장인 ‘다테 마사무네’의 인지도가 높았다. 임진왜란에도 참전한 전적이 있는 다테 마사무네는 애꾸눈으로 ‘독안룡’이라 불렸던 맹장이었다. 결국 본래 세이슈란 이름은 잊혀지고 정종은 ‘마사무네’란 이름으로 일본 열도에 팔려나갔다.

1883년 이론 이마니시 양조장의 이마니시 미네사부로(今西峰三郞)가 부산에서 조선 최초의 일본식 청주 공장을 세우고 정종을 만들었고 이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사케 중에서도 상당한 고가품이던 정종은 청주가 사라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고 결국 차례상의 제주로까지 사용된다.

현재는 정종이 일본 술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제사상에 오르는 일이 크게 줄었다. 정종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청주로는 대형마트에서는 국순당의 예담과 주담, 백세주, 금복주의 천수, 경주법주와 화랑, 대경T&G의 천년약속, 롯데주류BG의 청하, 백화수복, 국향과 설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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