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공룡' 보험대리점‥설계사 빠져나간다(종합)

올해 상반기 GA 설계사 수, 연초대비 소폭 감소
줄곧 감소하던 전속 보험설계사 증가세로 완연
GA 수수료율 하락 효과로 양자간 차이 크게 줄어
  • 등록 2020-08-27 오전 4:55:00

    수정 2020-08-27 오전 4:55: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보험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큰 손’ 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의 소속 설계사가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는 오히려 늘어났다. 보험대리점이 주춤한 사이 설계사 이탈이 잦았던 보험회사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보험대리점 설계사 올해 상반기 소폭 감소…전속 설계사 증가세로

자료 : 보험업계
25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보험대리점 설계사 숫자는 23만2128명을 기록, 연초에 비해 0.28%(642명) 감소했다. 아직 상반기에 한정된 수치지만,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수가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2005년은 보험대리점이 외국계 보험사 상품을 모아 팔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때다. 덩치를 키우며 국내 보험시장을 장악하던 보험대리점의 규모가 처음으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2012년을 기점으로 줄곧 감소하던 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 숫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19만2639명으로 연초 대비 3.1% 늘었다.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숫자가 2.16% 증가한 9만3915명,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 숫자가 3.93% 증가한 9만8724명으로 집계됐다.

조짐은 작년부터 있었다. 지난해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증가율은 3.34%로 주춤한 사이,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증가율은 -9.69%(2018년)에서 -4.85%로 낮아졌다. 손해보험 설계사의 숫자는 16.21% 급증했다.

지난 15년간 성장만 했던 보험대리점

그동안은 보험대리점의 전성시대였다. 여러 보험회사들의 보험 상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면서 급성장을 이어갔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가격대와 보장의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였다. 보험대리점의 장악력이 커질 수록 보험사도 눈치를 보는 구조가 됐다. 높은 수수료율을 제공하며 자사 상품을 더 많이 팔아달라고 보험대리점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

한때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의 수수료율은 1700%까지 높아졌다. 보험회사들의 전속 설계사들의 수수료율이 대부분 100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보험회사가 보유한 전속 설계사들이 속속 보험대리점으로 옮겨갔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꼭 나빴던 건 아니다.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꾸리지 않고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부담이지만,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보험사들은 업황 악화에 따라 비용 절감의 필요성도 있었다. 보험사들은 자체 설계사 조직을 줄이는 대신 텔레마케팅(TM)과 같은 비대면 조직을 키웠다.

보험대리점 주춤..보험사는 다시 전속채널 키워

보험대리점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수수료율이 높은 보험상품만 파는 경우가 보험대리점 내부에서 횡행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대료나 사무용품 등의 비용을 보험회사가 챙겨주는 일까지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나치게 높은 보험대리점 수수료를 문제 삼았다. 높은 수수료를 노린 불완전 판매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보험대리점 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초회보험료의 1200% 이하로 낮췄다.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와 보험대리점 설계사 간의 차이가 줄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험회사에서 보험대리점으로 옮겨가던 분위가가 눈에 띄게 줄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전속 설계사 조직을 축소시키던 보험회사들도 2~3년 사이 생각을 바꿨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소비자 관리 측면에서도 직접 영업조직을 운영하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보험회사들은 앞다퉈 신규 설계사를 모집하고 이들을 교육했다.

메리츠화재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까지 텔레마케팅 조직을 키웠던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전속 설계사 조직을 다시 키우기 시작했다. 2018년 말 1만5082명이던 전속 설계사 수는 1년만에 2만2541명으로 늘었다.

메리츠화재가 자체 조직을 키우자 다른 경쟁사들도 앞다퉈 설계사 수를 늘렸다. 2019년 한 해에만 손보업계 전속 설계사 수가 전년대비 16.9% 증가했다.

대형 보험대리점, 정규직 설계사로 반격

보험대리점도 가만히 당하지 않는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서비스 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수료 경쟁이 통하지 않게 된 탓이 크다.

대형 보험대리점으로 분류되는 피플라이프와 리치앤코는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꾸리고 있다. 설계사들에게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조치다. 토스보험도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채용하고 있다. 수수료에 따라 이곳 저곳으로 이직하는 문제를 막겠다는 취지다.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겠다며 디지털 자회사를 세운 곳도 있다.

다만, 이번 변화는 대부분 대형 보험대리점에 국한된 얘기다. 소규모 보험대리점은 보험 업황 악화에 따라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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