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준비 안 된 ‘혁신’으로 뼈아픈 손실 경험

이마트, ‘삐에로쇼핑’ 1년 10개월 만에 사업철수
롯데쇼핑, 인니 온라인쇼핑몰 2년 6개월 만에 지분 정리
밸류체인 전반 전략 재검토…신규 수익 창출 모색해야
  • 등록 2020-11-20 오전 5:30:00

    수정 2020-11-20 오전 5:30:00

삐에로쇼핑 매장 전경(사진=이마트)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2018년 7월 이마트(139480)는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을 열었다. 삐에로쇼핑은 특유의 ‘체험’과 ‘재미’ 등 요소로 대중에게 어필했지만, 메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결국 이마트는 사업 시작 1년 10개월 만인 지난 5월 적자 상태였던 삐에로쇼핑 오프라인 매장을 완전히 정리했다.

2017년 10월 롯데쇼핑(023530)은 인도네시아 재계 2위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롯데는 온라인쇼핑몰 ‘아이(i)롯데’를 론칭하고, 현지 오프라인 매장과 시너지를 기대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은 현지화한 이커머스 경쟁업체에 밀려 성과가 미미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 합작법인의 지분을 살림그룹에 넘겼다.

준비 안 된 변화가 야기한 뼈아픈 손실이었다.

삐에로쇼핑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소비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새로움을 제공했다. B급 감성을 내세워 홍보에도 성공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팬층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아이롯데는 인도네시아의 토코피디아, 쇼피, 라자다 등 다른 이커머스와 차별화된 ‘몰인몰’(mall in mall) 전략을 구사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경쟁사가 전 세계 셀러를 모집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선보인 것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 업체와 롯데계열사를 주로 입점 시킨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실제 코트라에 따르면 아이롯데의 2019년 1분기 기준 월 평균 방문자수는 약 168만명으로 같은 시기 시장 1위인 토코피디아(1억3700만명)의 약 1%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유통업체가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실패를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GS리테일과 GS홈쇼핑, 아마존과 협약을 맺은 11번가, CJ그룹과 제휴를 한 네이버 등 유통업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온라인 최강자인 아마존은 수 년 전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더욱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당장 눈앞보다는 3~5년 후 열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유통기업이 IT 기술과 빅데이터 등에 대한 투자시기를 놓치면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4조 7208억원으로 3년 전인 2017년 9월(8조 1511억원)보다 81%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쇼핑 거래액은 같은 기간 9조 5331억원으로 3년 전 대비 108% 늘어났다.

전문가들도 유통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와 리테일 고도화, 인수합병(M&A) 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 M&A가 활발한 것도 이러한 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정KPMG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의 적절한 리밸런싱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전략을 재검토해 신규 수익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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