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클리닉] 암세포만 정밀 타격 '중입자치료'...난치성 고형암 환자 새희망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지난해 전립선암 대상 중입자치료 국내 최초 진행
회전형치료기 2대 보유…췌장, 간, 폐암 등 10여 개 암종으로 치료 확대
  • 등록 2024-06-19 오전 6:36:16

    수정 2024-06-19 오전 6:36:1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연세대학교 의료원 연세암병원에 중입자치료센터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중입자치료를 시행했고, 첫 환자는 현재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입자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 수는 270명(5월 31일 기준)에 이른다.

이어 지난달에는 췌장암과 간암 3기 환자에게도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이달 말 폐암 환자도 치료할 예정이며, 앞으로 하반기에는 두경부암까지도 치료 암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연세암병원은 계속해서 치료 적용 암종을 늘려 나간다.

◇ 국내 첫 중입자치료… 한해 1,000명 치료 목표

연세암병원은 고정형 치료기 1대와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연세암병원이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것은 전 세계에서 16번째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또, 단일기관으로는 최초로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하면서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에 대한 동시 수용력을 높였다.

고정형과 회전형치료기 모두 가동하면, 하루 50명, 한 해 1,000명 치료를 목표로 한다. 회전형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기기가 360도 회전하면서 암세포를 타격한다. 정상 장기에 대한 보호와 암세포 조사 정확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 1994년 중입자치료 시작해 현재도 가장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22년까지 1만 4,000여 명의 환자가 치료받았다. 최다 치료 암종은 전립선암(30.5%), 골연부육종(10.1%), 두경부암(9.7%) 순이며, 난치암으로 꼽히는 폐암(8.1%), 췌장암(6.0%), 간암(5.2%) 등이 뒤를 잇는다.

연세암병원은 췌장암, 간암, 폐암 등에 우선적으로 회전형치료기를 가동하고,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한다. 특히 외과 수술로 어려운 암뿐만 아니라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까지 치료가 힘든 난치성 암에 계속해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2023년 4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정형치료기를 가동했다. 이후 현재까지 277명의 환자를 치료(5월 31일 치료 완료 기준)했다. 첫 치료 환자의 결과는 예상대로 우수했다. 치료 과정을 모두 마치고 진행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암세포의 크기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는 7.9ng/㎖에서 0.01ng/㎖ 미만으로 떨어졌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의 만족도와 편의성도 높았다. 치료에만 걸리는 시간은 1회당 2분 내외로 작은 통증조차 없었으며, 12회의 전체 치료는 한 달이 채 안 돼 모두 끝난다. 이처럼 전립선암 초기 환자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호르몬 치료 2~3개월 뒤에 중입자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중입자치료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 局所)를 타깃하는 중입자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일본 군마대학병원에서 치료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은 92.3%에 달했다. QST의 임상연구에서는 5년 국소제어율 81%를 기록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4㎝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은 68.3%로 높았다.

◇ 최선의 치료 위한 전문상담클리닉 운영

연세암병원은 간암 중입자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전문 상담 클리닉도 운영 중이다.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중입자치료 상담 클리닉에서는 간암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 중입자치료 적합성 여부를 일차적으로 판단하고 방사선종양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협진을 의뢰한다.

클리닉을 운영하는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김미나 교수는 “간암은 간경변증 등 만성간질환을 동반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적절한 간암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간암 병기, 간 기능, 이전 간암 치료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간암 중입자치료 상담 클리닉에서는 환자 상태를 일차적으로 점검해, 중입자치료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환자들을 방사선종양학과에 의뢰한다”고 말했다. 간암 환자들은 매주 금요일 연세암병원 간암센터 중입자치료 상담 클리닉을 통해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폐암의 경우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하면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중입자치료를 시행하면 낮아진 폐 기능과 상관없이 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국소제어율은 높일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았을 때 생존율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군마대학병원의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이번에 가동을 앞둔 회전형치료기로 췌장암, 폐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과 함께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국소진행함과 재발암 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치료 방법 대비 낮은 부작용과 짧은 치료 기간으로 환자 부담도 덜 었으며 30년 가까이 중입자치료를 진행 중인 실제 일본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간암, 췌장암, 폐암 등 다빈도 난치성 암뿐만 아니라 모든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중입자치료는 국소적으로 재발한 직장암, 골육종암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치료 저항성이 높아 기존의 방사선치료 효과가 매우 떨어지는 국소 재발암 등에 중입자치료가 우수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입자치료는 골육종암에서 괄목할만한 치료 성적을 보인다. 골육종암은 항암치료 중에도 50%는 폐 전이가 발생하고 방사선치료를 해도 수개월 내에 재발하며, 전이될 경우 5년 생존율이 20%에 불과해 대표적인 난치성 암으로 알려져 있다.

중입자치료를 받은 척추골육종암 환자 48명의 5년 국소제어율이 79%, 5년 생존율이 52%로 기존 치료를 통한 생존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근육, 신경 등 연부조직에 발생한 골육종암 환자 61명의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은 각각 84%, 88%에 달했다.

두경부암 중에서도 비부비동 또는 두개저를 침범하는 점막흑색종이나 선양낭성암종 등은 수술로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중입자치료를 한 결과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이 각각 80%, 75%에 달했다. 이처럼 그동안 치료법이 없던 난치성 암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는 유일한 치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의료진이 환자의 정확한 치료를 위해 장비를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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