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PEF나 벤처캐피털(VC)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임상 초기 바이오 기업에 선투자 한 뒤 불어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차익 실현을 통해 수익을 챙겨왔다. 그러나 지트리비앤티의 경우 임상 3상 결과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PEF가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향후 임상 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이사이드PE가 설립한 투자 목적회사인 지트리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지트리비앤티의 기존 최대주주 양원석 대표이사가 보유 중인 보통주 71만7190주(2.65%)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 체결에 따라 지트리홀딩스가 지트리비앤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지트리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양 대표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매매가는 3만40원으로 올해 1월 29일에 거래 대금 전액을 납입한 후 주식 양수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로부터 한 달여가량 계약이 미뤄진 끝에 마침내 최종 SPA 체결로 이뤄졌다.
다만 계약 내용에는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당초 지트리홀딩스는 양 대표의 지분 3.9%를 35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수 지분이 3.9%에서 2.65%로 줄었고 주당 매매가도 3만40원에서 2만3500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최종 납입금액도 359억원에서 168억원으로 53% 가까이 감소했다.
나란히 임상 3상을 추진 중인 에이치엘비(028300)와 함께 불거진 허위공시 의혹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달 16일 금융당국이 지트리비앤티가 추진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허위공시 혐의로 지난해 6월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하루 새 17%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임상3상 임박 바이오 기업 인수에 갑론을박
우여곡절 끝에 PEF를 새 주인으로 맞은 지트리비앤티의 임상 3상 결과가 임박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트리비앤티는 지난달 24일 안구건조증 치료제 ‘RNG-259’의 미국 임상 3상(ARISE-3)에 대한 데이터 잠금(데이터 락업)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통상 자본 시장에서는 초기 임상 기업에 투자한 뒤 불어난 밸류에이션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패턴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들어 지분 인수를 통한 바이오업체 투자가 급증하고는 있지만 임상 3상 결과 도출이 임박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례는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자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임상 결과에 대한 관측도 뜨거운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트리비앤티 측 기술력과 임상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순수 자금 마련의 취지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 대표는 매각으로 받은 자금을 베이사이드PE가 조성할 프로젝트 펀드에 후순위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구조를 짤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가 후순위 LP 자격을 받을 경우 지트리비앤티 재인수나 제3자 매각 때 발생하는 차익을 공유할 수 있다.
또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임상 결과란 게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낙관하고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보기 어렵고 (PEF의 경영권 인수를) 호재라고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