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 상장 철회를 “예고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지난해 9월 KT그룹에 편입됐다는 긍정적 요소를 제외하고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최악인 데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전자책 플랫폼 기업 중 최초의 상장 사례라는 점이 흥행 부진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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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비교그룹으로 둔 곳은 키다리스튜디오·디앤씨미디어·미스터블루 등 3개사였다. 전자책 플랫폼 회사들이 상장한 이력이 없으니 웹툰 기업들의 실적을 참고한 것이다. 이들 3개 기업의 매출이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인 만화·웹툰, 웹소설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K콘텐츠의 원천인 지적재산(IP)을 다루는 웹툰 시장의 확장성을 전자책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고평가된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게 기관사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얼어붙은 공모시장의 기대주들이 대부분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는 점에서도 이미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일례로 하반기 IPO 기대주였던 2차전지 분리막업체인 더블유씨피(WCP)는 공모가를 희망밴드(8만~10만원) 하단보다 25%나 낮은 6만원으로 정하고, 공모물량도 900만주에서 720만주로 줄였음에도 상장(9월 30일)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IPO ‘대어’들도 상장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등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했다.
밀리의서재는 8일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대표주관회사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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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밀리의서재가 IPO에 성공하려면 IP 투자 확대와 KT 관계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 추진의 활성화가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리의 서재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지속해서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밀리의 서재는 2016년 설립한 후 2017년 10월 국내 처음으로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선보인 독서 플랫폼 기업이다. 12만 권에 달하는 독서 콘텐츠와 도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오디오북과 오디오드라마,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 등과 같이 책을 멀티미디어 콘텐츠화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니뮤직에 인수됨에 따라 KT그룹에 편입됐으며,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독서 콘텐츠는 도서 전 분야에 걸쳐 12만 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