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술주 쏠림 벗어날 것"…PER 낮은 경기민감株 주목

테슬라, 장중 11%대 하락…"낙관론 팽배로 확대된 변동성"
운송장비, 전기·전자 PER 낮지만 상승률 다른 등 옥석 가려야
"인플레 기대 이미 반영…뉴딜 정책 등 '성장' 여전히 유효" 반론도
  • 등록 2020-09-08 오전 12:50:00

    수정 2020-09-08 오후 4:33:0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최근 미국 나스닥을 중심으로 성장,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유동성이 가치, 경기민감주에 쏠리며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치주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업종을 눈여겨보되, 실적 악화 업종은 걸러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성장주 조정장 대응은 부담 없는 가치주로”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KRX증권업종은 4.99% 올라 업종지수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KRX건설업종도 2.26% 올랐고 KRX철강업종 역시 1.72% 상승했다. 이처럼 경기민감주들이 상승세를 보인 데에는 지난 2일(현지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5% 가까이 하락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 컸다.

미국 증시는 콜옵션 거래 급증으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하락을 촉발한 구체적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기술주가 급하게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란 점엔 이견이 없는 만큼, 조정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과 달리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탈 지표의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모습”이라며 “낙관론이 팽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안정된 모습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요 국가의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기대감 및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조정은 크지 않을 걸로 보이며, 이에 그동안 소외됐던 가치, 경기민감주가 반등 기회를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술주가 조정을 맞은 것을 빌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돼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성장주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이 비롯됐다면, 대응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업종 중심이어야 한다”며 “비대면 성장주 일변도에서 탈피될 가능성이 대두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일 미국장에선 기술주 하락과 경기민감주 상승의 대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던 기술주의 대표격이자, 최근 액면분할했던 애플과 테슬라가 각각 장중 8%, 11%까지 하락한 반면 크루즈 업체인 카니발이 5%대, 유나이트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이 2%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며 마감한 것이다. 제이피모건, 골드만삭스, 씨티뱅크 등 금융주들도 약 2% 상승했다.

은행·건설 등 PER 낮아 …“‘성장’ 여전히 중요” 반론도

국내 증시 역시 미국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한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단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업종은 은행(4.57배), 건설(5.05배), 종이·목재(5.45배), 금융업(6.35배), 전기가스업(7.65배), 증권(7.68배), 보험(8.22배), 통신업(9.10배), 섬유·의복(9.58배) 등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코스피 PER인 13.2배보다 낮은 업종들로 대부분이 경기민감주다.

다만 PER가 낮은 경기민감 업종이라고 해서 모두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순 없다. PER의 절대값은 낮지만, 연초 대비 상승한 경우 실적 부진에 의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운송장비(11.52배)의 경우 6개월 전인 지난 3월 대비 PER가 4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PER가 비슷한 수준의 전기·전자(12.38배)는 5.8% 올라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두 업종 다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조선 등이 포함된 운송장비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에 비해 실적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허재환 연구원은 “에너지와 조선, 운송 등 일부 구(舊)경제, 경기민감주 산업들은 실적 부진 등으로 지난 3월 대비 PER가 오히려 높아져 있는 반면, 통신, 반도체 등은 PER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며 “경기민감 업종 전체가 모두 대안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 시점에서 가치주 및 경기민감주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가치주 상승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연동될 수 있는데,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 초 수준까지 복구되는 등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의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지난 4일 1.70%를 기록, 1월 3일 1.77%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인플레이션을 사는, 다시 말해 가치주 매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또한 성장주의 상승이 단순히 금리 하락 때문인 것도 아니고, 한국 정부가 뉴딜 정책으로 성장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점 등 성장이란 키워드는 지속적으로 중요한 투자 전략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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