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유통격변기…위기를 기회로 '응답하라 1998'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코로나19 팬데믹에 韓 유통산업 직격탄
脫 오프라인 가속화, 온라인 출혈경쟁 심화…온·오프 모두 위기
코로나가 불붙인 온·오프라인 유통 패권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에 바란다…"유통은 생물, 대중소기업 선긋기 말고 규제 풀어야"
  • 등록 2020-03-30 오전 5:45:00

    수정 2020-03-30 오전 5:45:00

지난 1998년 국내에 진출한 월마트는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하다 2006년 이마트에 인수합병됐다. 월마트코리아 화정점의 간판이 내려가고 이마트 간판이 새롭게 설치되고 있는 모습.(사진=신세계그룹)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국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통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소매유통 구조개편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이 더욱 강세를 보이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온라인 유통과의 융합 혹은 병행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사진=이데일리DB)
소매유통의 구조개편이 급격히 일어났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월마트의 국내 진출은 당시 유통업계의 ‘빅 이슈’로 기존 백화점에서 대형마트로 소비중심이 옮겨간 격변기였다. 소비 패턴 변화를 계기로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계 대형 할인업체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외국계 대형할인점과의 경쟁에서 국내 유통사는 유통업 연구를 시작했고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쌓았다. 결과는 사계절이 있고 유행의 변화가 잦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데이터가 쌓인 국내 유통사들의 승리였다. 결국 월마트와 까르푸는 경쟁에서 밀려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결과적으로 월마트가 ‘메기’ 역할을 해 증폭시킨 위기의식이 유통 시스템을 발 빠르게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물론 이때는 유통의 미래에 대한 전략이나 방향 등에 대해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의 구조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위기 상황에 놓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온라인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대형마트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형마트를 동네상권 보호를 위해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업태 간 경쟁구조가 다변화한 지금, 8년 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시행한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규제는 전통시장보다는 사실상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만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 부작용으로 지역경제 위축과 고용 저하 등의 난맥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풀기보단 되레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환경은 대변혁기를 맞게 됐다. 업태 간 경쟁구도는 더욱 복잡해졌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상호 간에 한층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유통(流通)의 사전적 의미는 ‘공기 따위가 막힘없이 흘러 통한다’이다. 유통은 생물이다. 대·중소기업,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정부는 유통업계 규제정책이 작금의 환경변화에 맞는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새는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

오 명예교수는…

△1953년 2월 부산 출생 △1971년 경복고 △1975년 연세대 경영학 △1980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87년 신시내티대 마케팅학·경영학 박사 △2003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2019년 제1회 상전유통학술상 대상 △現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現 연세글로벌유통물류프랜차이즈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現 제일씨드바이오 회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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