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어느 판사의 사모곡'…출판기념회 없이 책 낸 여상규

1993년 소천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솔직히 그려내
출판기념회도 홍보도 모두 생략…"어머니 위해 쓴 책"
당의 요구 없다면 20대 국회 종료 이후 정계은퇴
"최선 다한 정치인으로 남고파…무료 법률봉사 계획"
  • 등록 2020-01-17 오전 6:00:00

    수정 2020-01-17 오전 7:27:26

‘어느 판사의 사모곡’ 책 표지(사진 = 여상규 의원실 제공)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책 앞날개에도 뒷날개에도 그리고 띠지에도 저자 이름과 설명이 없다. 그 흔한 추천사도 없다. 요리조리 돌려보니 책등 하단에만 작게 저자의 이름이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발간한 책 ‘어느 판사의 사모곡’의 모습이다.

책에는 여 위원장이 어렸을 때부터 1993년 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모친과의 추억이 담겼다.

사법시험 합격 후 판사의 길을 택했던 여 위원장은 부장판사 승진을 앞두고 어머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가 사임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소천했다. 당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언론에 소개됐고, 기사 제목 중 하나가 책 제목이 된 ‘어느 판사의 사모곡’이었다.

여 위원장은 책을 낸 후에 출판기념회도 홍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하고는 상관없고 제 경력을 자랑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었으니 출판기념회를 할 필요가 없었다”며 “어머니를 위해 쓴 책이니 저를 드러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저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생략했다”고 말했다. 그는 책 머리말에도 ‘오직 어머니를 만나고 마주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생각날 때 나도 모르게 펜을 들었다’고 썼다. 여 위원장은 다만 저자를 너무 숨기다 보니 책이 많이 안 팔렸다고 웃었다.

책은 여느 정치인의 책과 달리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어머니에게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행동이 달라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고 자책했던 일 등 숨길법한 모습도 세세히 묘사됐다. 책 곳곳에서는 힘들고 가난한 상황에서 자신은 굶어도 막내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입히려 하셨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묻어난다. 장티푸스로 꽃다운 19세에 세상을 떠난 3살 터울의 누나에 대한 아련한 회상도, 부인과의 연애 이야기도 솔직하게 묘사됐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추가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20대 국회가 끝나는 4월에는 정계에서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사-변호사에 이어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3번째 역할이 마무리되고 있는 셈이다. 18대 총선이 열린 2008년,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얼떨결에’ 시작한 정치인의 삶이 10년이 훌쩍 넘었다. 정치에 처음 입문할 때 60세였던 여 위원장도 이젠 70대가 됐다.

그는 “정치인 여상규는 판사·변호사였을 때처럼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지금 같은 정치풍토에서 더 열심히 할 게 없어졌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은퇴 후에는 법률 지식을 이용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무료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상규 위원장은

△1948년 출생 △서울대 법대(수석졸업) △1978년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0기)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판사 △18·19·20대 경남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 비서실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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