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렇듯 다우지수의 동향을 신경쓰는 이유는 그가 다우지수를 일종의 ‘경제 성적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시가 상승한다는 건 경제가 좋다는 방증인 데다, 주가는 매일매일 명확한 숫자로 표현되는 만큼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성과에 대해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실제 트럼프는 다우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이를 상찬하는 트윗을 여러번 올렸고, 증시가 조정모드에 들어가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행보를 거듭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다우지수가 당시의 3배 이상인 3만6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 ‘다우 36,000’을 공동집필한 케빈 하셋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죠. 참고로 닷컴 버블에 힘입어 다우지수는 2000년 1월 1만1000선까지 올랐지만 버블이 꺼지자 7000선까지 내려앉았고, 그 뒤로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3만6000선을 기록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령이 취임한 뒤 아직 2년 6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아 전임자들과 동등하게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정부 1기(1993년 1월~1997년 1월)엔 다우지수가 총 106%나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주식시장 상승 정도는 그가 자랑하는 만큼 눈에 띄게 화려한 성적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죠.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미·중 무역분쟁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다우지수는 점점 얼어붙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다우지수는 단 5.5%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가 증시 강세를 자신의 치적처럼 자랑하기에는 점점 그 성과가 쪼그라들고 있는 겁니다.
과연 트럼프만 재선에 성공하면 그의 말대로 정말 다우지수가 오를수 있을까요? 트럼프가 자신하는 것과 달리 그 스스로는 현재 주식시장에 그다지 우호적인 인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