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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벤처·스타트업들도 있다.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외풍에 상관 없이, 이용자의 편익과 서비스 향상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업계 배제 위기→예비 유니콘으로 도약
원룸 등 소형 주택을 기존보다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소개해주는 집토스는 업계 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집토스에 따르면 협회 내 지도단속실 소속 전 임원들은 2018년 5월 집토스 지점에 찾아와 허위 인적사항으로 임대차계약을 맺는 등 위장단속을 했다. 집토스 서비스에 흠집을 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집토스는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다. 이들의 혐의를 인정한 검찰이 구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내렸으나, 결정에 불복한 이들이 정식재판을 요청해 오는 10일 1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이익단체의 몽니에,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이 자칫 업계에서 배제될 수도 있었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내부적으로 동요가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오기가 더 생겼다. 반대로 이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를 공개 채용하는 집토스는 신입 공인중개사를 위한 양질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기존 공인중개사 시장은 아무리 자격증을 갖췄더라도 체계적인 실무 역량을 쌓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집토스가 주먹구구로 진행했던 관행을 바꿔, 마치 대기업의 인턴 체계처럼 한달 코스의 중개사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CS 지식, 부동산 실무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중개사의 역량은 서비스 향상에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고객 만족도도 매번 체크하며 불만족 지수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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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의 경우 한동안 의료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몸살을 앓았다. 강남언니는 전국 1500개 병원의 성형 수술 및 시술에 대한 실제 후기와 병원 평가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이다. 이에 대해 기존 의료계는 이러한 성형 앱이 영리목적으로 환자를 알선한다는 이유로 의료법에 위반되며 아울러 과도한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강남언니는 의료법상 허용된 광고로 수익을 낸다”고 했다.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간 깜깜이 시장이던 성형수술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성형외과를 선택하는 데는 가격보다는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후기를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일 뿐, 병원과 소비자를 알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의 주장은 오해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강남언니는 의료광고 사전 심의업체도 아니었으나 어떤 논란도 만들지 않기 위해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를테면 끼워팔지 않기, 조건을 단 할인 판매 금지 등을 철저히 지키게 하고 있다”며 “플랫폼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 심의위원회도 구성했다. 부정적인 리뷰도 온전히 담겨야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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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로 사업을 두 번이나 접어야 했던 기구한 업체도 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우여곡절 끝에 B2B(기업간 거래) 종합 주류 유통 플랫폼인 ‘벨루가 비즈니스’를 출시했다. 벨루가브루어리는 2017년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수제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내놨으나, ‘음식과 함께 배달 가능’이란 주세법 조항에 걸려 3개월여 만에 폐업했다. 이를 다시 정비하고 서비스를 재개했으나 지난해 7월 또 다시 사업을 중단했다.
벤처·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기업의 입장에선, 비즈니스 모델이 좌초되면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는 등 사업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벨루가브루어리는 기존에 정보 비대칭이 심한 주류 발주 과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B2C를 접고 B2B로 선회한 벨루가브루어리는 최근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으며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김상민 벨루가브루어리 대표는 “발주 과정의 정형화를 통해 상점들이 더 다양한 주류 상품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새해에는 크래프트 맥주 외에도 전통주, 와인, 중국주 등 다양한 주류 업체와 협력해 발주 가능한 주종을 확대, 통합 주류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도 새로운 기술을 근간으로 한 서비스 혹은 상품들이 벤처·스타트업계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신산업과 구산업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마찰을 중재하고, 신산업 안착을 도울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타다와 택시업계처럼 이권과 생존이 달린 사안에선 갈등을 조정해줄 제 3자가 절실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제 3자로 나서 기존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신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산업이 소비자들에 제공하는 혜택이 큰 만큼 신산업을 보호하되, 사양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