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해법]AI시대에 수기거래…공매도 불신 키웠다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2018년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재발 방지책 절실
주식 차입 계약 수기로 하는 곳은 韓·대만 등 극소수
  • 등록 2020-09-03 오전 12:10:00

    수정 2020-09-03 오전 7:24:03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이 기간 공매도 제도 개선 마련에 힘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큰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 것)’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거래의 99%를 차지하는 외국인·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인데도 이를 제대로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것도 불만이다.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
2018년 5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GSI)이 156개 종목의 주식을 차입하지 않은 채 공매도 주문을 내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의구심이 증폭됐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의 대부분은 실수에 따른 것이다. GSI 역시 주식 차입 담당자가 전화, 메신저로 차입 협상을 완료한 후, 그 결과를 자사 주식대차시스템에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져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2006년부터 10년간 모건스탠리 홍콩에서 대차 거래(주식 차입·대여)와 공매도 트레이더로 일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 주문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기관이 무차입 공매도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이런 의심을 억울해 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투자자를 시장의 거래질서를 해치는 부류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거를 수는 없을까. 미국, 유럽, 홍콩 등에선 자동화된 대차 거래 방식을 이용해 실수로 인한 무차입 공매도를 막고 있다. 동일한 `주식 대차 계약 전산시스템(이하 자동화 시스템)`에서 주식 차입자와 대여자가 대차 종목, 주식 수, 계약 일자 등을 확정하면 그 내역이 일련번호와 함께 기록에 남는다. GSI처럼 전화, 채팅(메신저)으로 이뤄진 주식 차입 내역을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차입 내역과 공매도 주문 수량, 시간 등을 비교하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회사인 GSI는 왜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수기로 입력하다 실수를 해 75억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을까. 거래 상대방이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차입 내역을 대부분 수기로 확정하여 입력하는 나라는 아시아에선 우리나라,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식 대여자, 차입자(공매도 투자자) 쌍방이 주식 차입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면 2018년 골드만삭스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재우 대표는…

△1978년 출생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시스템학 학사 △현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 △전 모건스탠리(홍콩)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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