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SR 40%' 초과대출 해준 은행…무슨 일이

타행서 “DSR 넘친다” 거절받은 차주
비대면 앱 5분만에 수천만원 추가대출
금융당국도 은행권도 “말 안되는 상황”
  • 등록 2022-08-17 오전 6:30:00

    수정 2022-08-17 오전 8:37:49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A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시중은행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기존에 받아 놓은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에 근접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토스뱅크 비대면 대출 서비스에 접속한 A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토스뱅크 앱에선 클릭 몇 번으로 수천만원의 추가 대출이 실행된 것이다. A씨는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다행이었지만, DSR 40%를 넘어서는 대출이 실행돼 사실 많이 놀랐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각 은행들이 대출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토스뱅크에서 설명되지 않는 대출이 실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DSR 40%가 넘어서는 데도 추가 자금을 빌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6월 28일 토스뱅크 대표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이데일리에 제보한 취재원에 따르면 토스뱅크에서 최근 DSR 40%가 넘는 대출이 실행됐다. 연소득이 7600만원인 A씨는 B시중은행 전세대출 4억원(금리 3.00%)과 C은행 신용대출 8000만원(금리 2.95%)을 보유해 이미 DSR이 40% 문턱까지 찬 상황이었는데도 수천만원의 추가 신용대출을 받았다. DSR에 산출되는 원리금을 합하면 3036만원으로 여기에 A씨 소득 7600만원을 나누면 DSR 39.9%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전세대출 연이자 1200만원에 신용대출 이자 236만원, 신용대출 원금(실제 원금 ÷ 5) 1600만원을 모두 합한 금액이 3036만원이다.

A씨가 토스뱅크에 앞서 찾았던 4개 시중은행들은 이 때문에 추가 대출 실행이 어렵다고 못박았다. 시중은행 2곳의 창구 직원은 “DSR 때문에 대출이 안 된다”고 말했고, 나머지 2곳은 DSR을 계산해보기도 전에 대출잔금이 너무 많다고 상담도 거부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2개 인터넷은행에서도 대출이 불가했다.

그런데 A씨는 어쩐 일인지 토스뱅크에서 추가로 5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대출과정은 막힘 없이 진행돼 몇분만에 토스뱅크 계좌로 대출금액이 입금됐다. A씨는 4%대 후반 금리에 원리금 10년 균등상환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대출받았다. A씨의 DSR은 이제 50%에 육박한다.(취재원 보호를 위해 숫자는 일부 조정).

이상한 것은 DSR이 은행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차주의 원리금 정보는 한국신용정보원에서 통합 관리한다. 차주가 한 은행을 찾아 대출을 신청하면 신용정보원이 원리금 정보를 은행으로 보내주고, 은행은 신용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은 금액에 연 소득만 나눠 DSR을 산출하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은행권도 의문을 보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내놓은 지침이 명확해 DSR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다”면서 “전세대출은 이자만 계산, 신용대출은 이자에 더해 원금을 5년간 갚는다고 가정해 DSR을 산출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대출이나 소득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은행만 바꿔서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DSR 40%를 초과하는 대출이 이뤄진다고 해도 당국에서 곧바로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국이 모든 개별 대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없어서다. DSR 규제를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 조치도 없다. 법률이 아니라 행정규칙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차주 개별 정보가 아니라 전체 숫자 정도만 들여다보다가 이상 징후가 있으면 세세히 들여다본다”면서 “DSR 규제를 어겨도 발견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모든 개별적인 대출 상황 정보가 은행으로부터 금감원으로 통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검사를 나가보기 전까지는 적발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토스뱅크는 이에 대해 “제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기 힘들다”면서 “당행 DSR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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