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맞은 택배산업, 구조 변화 적기"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택배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성장에 반해 제자리걸음을 해 오던 시스템적 문제가 택배기사 과로사 등으로 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구조 변화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4일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은 4000명, 한진과 롯데 등은 1000명 수준이다. 이는 택배 산업 구조적 변화의 시금석이라는 평가다.

택배 산업은 지난 1992년 이후 약 3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법적인 안전망이 부재했다.

이커머스의 성장과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이슈가 택배 산업 성장에 불을 지폈지만, 과도한 근로가 택배 노동자에게 전가돼 과로사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택배 노동자의 권익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난해에서야 비로소 택배 산업과 관련한 법안(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처음 생겼다. 정부가 동참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도 출범해 문제 봉합에 나서고 있다.

불행한 일에서 촉발했지만 택배 구조 변화를 위한 계기가 마련된 만큼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선 택배비 인상 문제다. 수년 동안 하락해 오면서 한계를 맞이한 데다 심야 배송 제한에 따른 택배기사 수입 보존과 물류 작업 자동화와 같은 시스템 보완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택배비는 2500원까지’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인식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쇼핑몰이 택배비 중 일부를 수취하는 이른바 ‘백마진’이라 불리는 거래 관행도 논란거리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집중해 산업의 구조적인 부분을 간과하면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겠다고 단순히 심야 배송을 제한한다면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택배기사의 구역 분할·증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휴식권 보장이 수입 분할이라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면 택배기사로서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박찬익 한진물류연구원 박사는 “하루아침에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택배 산업이 갖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부와 노사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한국형 택배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