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겠다"는 가해자…故황예진 어머니 "살인죄, 받을 생각 없다"

  • 등록 2021-11-05 오전 9:18:47

    수정 2021-11-05 오전 9:18:47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 가운데 피해자 故 황예진(25) 씨의 어머니는 “사과를 바라지도 않고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 모(31) 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쳐)
앞서 이 씨는 지난 7월 25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황씨와 다투다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황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8월 17일 숨졌다.

이날 이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피고인은 유가족들에게 수천 번이라도 사죄할 뜻이 있으며 합의할 의사도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청석에서는 “사람 죽여놓고 저게 지금 할 소리냐”, “나도 그럼 똑같이 죽이고 사과하겠다” 등의 지적이 터져 나왔다.

故 황씨의 어머니 A씨는 첫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면서 “딸 아이가 아빠 꿈에도 나타나 억울하다고 말한다.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건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는 마음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故 황씨의 남자친구 이씨 측이 법정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사과받을 생각이 없다”며 “딸이 쓰러졌을 때 살리려는 행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중환자실에서 3주 동안 있을 때도 사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사건 당일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상엔 폭행으로 쓰러진 황씨가 이씨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이 담겨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A씨는 이날 JTBC ‘뉴스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우리 아이가 사망한 이유는 1차부터 4차까지 강한 폭행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며 “쓰러지고 피고 났고 시체처럼 1층부터 8층까지 로비로 계속 끌고 다니잖나.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행동했는데 저희 가족은 이걸 상해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필적 고의 살인으로 공소장을 변경하조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면 연인관계니까 단순한 폭행으로 아니면 둘 간에 뭔가가 사연이 있겠지, 그렇게 가려진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였으면 똑같은 살인죄고 살인을 저질렀으면 강력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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