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22년을 목표로 방사선에 특화된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기장군에 조성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단지와 연계, 지역 혁신을 모색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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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기장군 의과학단지에는 10년 전 설립된 원자력의학원을 포함해 중입자 가속기, 중입자 치료센터,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기반 등이 들어서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대가 없다”며 “입학정원 40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만들어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기술·치료법을 수출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방에 공공의대가 신설되면 졸업 후 10년 정도는 지역에서 의무 복무토록 법제화해야 한다”며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 중인 의대정원 증원 논의는 지방 의료인력 부족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김영섭 총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변화에 관심이 높은데 고등교육분야에서의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대학 교육도 온라인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논의가 초기단계를 벗어나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된다면 앞으로는 교육 컨텐츠로 승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은 지적 능력을 토대로 독창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교육 컨텐츠를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나서 평가를 통해 대학정원을 줄이는 의사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워낙 가파르기에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으로는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 앞으로 정부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실·비리대학을 퇴출시키는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학부교육 중심 대학, 연구중심 대학,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 등 다양한 대학발전 모델이 나올 수 있다. 대학의 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은 해당 지역에서 다원적 가치를 갖는다. 대학의 존재 자체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지역의 인문·실용교육 등을 담당하는 문화중심체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립대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 기업에 취업한 뒤 정착하고 싶어 한다. 과거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지역에 정착한 사람과 수도권으로 올라간 사람과의 부동산 자산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됐다. 이러한 부의 차이, 문화 환경적 차이가 수도권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물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나 지역 채용 할당제가 이런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면 정부 출연 연기기관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지금은 정부출연연이 대부분 대전에 집중돼 있는데 이에 대한 분원을 만들어 지방 곳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인력이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지역에 남아 연구경력을 쌓고 대학교수로도 진입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립대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국립대 무상교육의 장점은 사회 양극화 해소라고 생각한다. 국립대 입학생 중에는 부모의 소득수준이 중하위권에 속하는 계층이 많다. 국립대 무상교육이 실현되면 이러한 계층의 학비부담을 덜어주고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토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신입생 유치 수단으로 무상교육 도입이 논의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가치가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국립대 무상교육을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부경대도 2022년을 목표로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데.
-부경대는 1924년 개교한 부산공업대와 1941년 설립된 부산수산대가 1996년 통합한 대학인데 설립목적이 다른 대학이 통합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90년 이후 지금까지 국립대 15곳이 통폐합됐는데 그 중 부작용 없이 운영되는 곳은 부경대가 유일하다. 통합 국립대 중에선 어느 한 쪽이 공동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도시의 대학과 소도시의 대학 간 통합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부경대는 수산대가 위치한 대연캠퍼스와 공대가 있던 용당캠퍼스 간 거리가 3km 이내로 상당히 가까웠다. 원거리 간 통합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는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특히 양 대학 간 중복·유사 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화학적 통합이 가능했다. 중복·유사 학과 간 통폐합과정에서 나타나기 쉬운 내부 갈등이 없었다는 뜻이다.
-9월 1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끝으로 마무리해야 할 일은.
△대학에는 ‘코칭형 총장’이 필요할 때가 많다. 대학 총장이 정부 정책이나 타 대학 사례를 많이 알아야 대학을 잘 이끌어갈 수 있다. 남은 임기는 신임 총장에게 전달할 자료를 정리하는 데 할애할 생각이다. 후임자가 업무파악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부경대를 이끄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전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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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1955년 경남 창원 출생 △마산고 졸업 △부경대 어업학과 졸업 △동 대학원 수산물리학과 석사 △일본 도쿄대 대학원 지구물리학과 박사 △부경대 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 △대학원격탐사학회 회장 △세계해양포럼 조직위원회 운영이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국제해양기관연맹 의장 △부산시 공직자윤리위 위원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제5·6대 부경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