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기회로 삼아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려는 원매자는 많지만, 대부분의 ‘알짜’ 기업은 코로나19 회복세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버티고 있고, 지금 나오는 중소형 매물은 인수 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쌀 때 사자’…수요 못 따라가는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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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IB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주춤했던 M&A 시장은 하반기부터 두산그룹의 계열사 매각 등 대형 매물이 나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다만 소규모 매물 가운데선 원매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 드문 상황이다. 애초 예상보다 코로나19발 구조조정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 규모 딜을 중개하는 M&A거래소 관계자는 “중소형 시장도 하반기 들어 M&A 의사를 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사려는 쪽이 많은데 코로나19로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니 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M&A거래정보망에 등록된 매도희망 기업과 매수희망 기업의 증가세도 차이가 나타난다. M&A거래정보망은 기업을 팔기를 원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관심 있는 기업들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으로 매각가 100억원 내외의 중소형 기업이 주를 이룬다.
M&A거래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62개던 매수희망 기업은 코로나19 국내 확산 직후인 4월 138개로 급증했고 6월 143개에 이어 지난 8월에는 204개로 증가했다. 2월대비 증가율은 229%를 웃돈다. 반면 매도희망 기업은 △2월 21개 △4월 42개 △6월 38개 △8월 57개로 매수희망 기업보다 증가세가 크게 더디다. 코로나19라는 역대급 위기를 맞아 M&A를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확대됐지만 사업을 정리하려는 모습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제값 받고 팔겠다’…가격 차 해결이 관건
이처럼 사겠다는 사람은 많고 매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수요가 있는 매도희망 기업은 가격 협상의 불리함을 고려해 당장 딜에 나서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 지원이나 대출 만기 연장 등에 기대며 제 값을 쳐줄 수 있는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M&A거래소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곳들은 코로나19가 반영되기 전의 재무상황을 가격 산정에 고려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매수 수요가 있는 건설이나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규모가 있는 SI에서 사 가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 활성화 관건은 ‘가격 갭’을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물 쪽에선 코로나19 타격이 일시적이라 보는 반면, 원매자 측은 업황 정상화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어 가격을 둔 이견을 해결할 수 있을지가 딜 성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