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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외딴 섬 ‘김천혁신도시’
정부가 수도권 과밀 현상과 지방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 10곳에서 혁신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50여개 공공기관도 각 지방으로 내려보냈지만 정작 내려와 터를 잡고 사는 직원은 10명 중 채 4명도 안 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 혁신도시 성과 평가를 통해 내놓을 ‘혁신도시 시즌2’ 정책에 ‘현장 밀착형 지원책’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혁신도시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3곳 중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올해 12월 이전)을 제외하곤 모두 이전을 끝내면서 일자리와 정주인구(주민등록상 거주자) 등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외관상 도시로서의 지표를 제법 갖추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교육과 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이 부실해 도시는 빈 건물이 넘쳐나며 여전히 미완성이다.
실제 김천혁신도시의 경우 최대 번화가인 ‘KTX김천구미역’ 앞 500m 직선거리를 따라 늘어선 건물은 4~5채마다 1채 꼴로 상가가 공실 상태다. 집객 효과가 뛰어나 키테넌트(핵심점포) 시설로 꼽히는 영화관 건물마저 ‘원하는 임차조건 다 맞춰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을 정도다. 스타벅스를 따라 상권이 발달한다고 해서 ‘스세권’이라는 불리는 별칭도 이곳에도 예외다. KTX 앞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5층짜리 건물은 1층의 스타벅스 이외에는 모조리 공실이다.
아파트를 지었어도 팔리지 않아 불꺼진 ‘미분양 아파트’ 문제도 심각하다. 김천시청에 따르면 10월 기준 관내 미분양은 1151가구다. 이중 혁신도시에서만 797가구가 미분양으로 전체 70%에 달할 정도다. 혁신도시 외곽을 가보니 아파트 두 개동이 통째로 불이 꺼져 있었다. 지난 2016년 말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이후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아파트는 결국 고육지책으로 최초 분양가에서 1300만원 안팎의 할인분양(전용 84㎡ 기준)을 하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의 이면에는 인구 정체와 집값 하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 정주 인구는 2017년 말 1만8961명에서 2018년 말 2만1203명으로 1년 새 2000여명(11%)넘게 늘었다. 그러나 올해 절반이 지난 6월 기준 2만1588명으로 1.8%(385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13년 분양 당시 2억1700만원(전용 84.97㎡A 기준)했던 ‘엠코타운더플래닛’ 아파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억 8000만원까지 집값이 올랐지만 올 들어 3000만~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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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전공공기관 직원은 “매일 왕복 3시간이 넘게 출퇴근하는 고충을 감내하는 건 결국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이 부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저녁만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구에 이곳 역시 김천혁신도시처럼 상가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반곡동 D공인 대표는 “처음 도시를 계획했을 때 만큼 유동인구가 원활하지 않아 상가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계속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주시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상가공실률은 5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교육, 의료, 보육 등 정주 정책에 대한 촘촘한 설계 없이 ‘때려넣기식’ 도시 건설의 폐해로 보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혁신도시는 건물에서 건물 사이 이동 축의 평면거리가 멀고 인구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주 여건도 좋지 않다”며 “여기에 수도권처럼 활발한 소비도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민간의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못해 정주 여건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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