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시 율곡동 ‘김천혁신도시’가 오후 7시를 넘어 어두워지자 불꺼진 미분양 아파트가 드러났다. 이 단지는 지난 2016년 12월 총 916가구 분양을 나섰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현재 70% 가량만 입주한 상태다. [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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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김천)=이데일리 박민 기자] 이달 초 다소 쌀쌀한 날씨에 찾은 경북 김천 ‘김천혁신도시’ 내 도심 상가. 첫 모습은 신도시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와 깨끗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상가 내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주변 길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고, 건물 마다 빈 상가가 많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상가 건물마다 한결같이 ‘임대 문의’ ‘파격 할인’ 등의 전단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율곡동 A공인 대표는 “아무리 임대료를 낮춰도 장사가 안되니까 문을 열 자영업자가 없다”며 “공실이 아닌 상가를 세는 게 빠를 정도”라고 말했다.
텅 빈 상가는 밤이 되면서 도시를 흡사 ‘유령도시’로 만들었다. 이날 낮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는 “밤에는 유동인구가 적어 큰 길가 말고는 산책할 곳도 마땅치 않아 돌아다니기 부담스럽다”며 “외곽쪽으로 가면 비어 있는 아파트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천혁신도시는 지난 2013년 4월 우정사업조달센터를 시작으로 2016년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끝으로 총 12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그러나 현재 혁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는 몇 년 째 분양이 안 돼 아파트 2개 동이 통째로 불이 꺼져 있을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4만923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1만5675명으로 전체의 38.3%에 불과했다. 나머지 직원의 60% 가량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온 이른바 ‘기러기 엄마·아빠’이거나 미혼·독신가구, 타지역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기관 직원들의 낮은 정착률은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방증하는 단면이다.
열악한 정주 여건은 곧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김천혁신도시가 들어서 있는 율곡동의 매해 출산현황은 2016년 317명에서 2017년 390명으로 늘었다가 2018년에는 398명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해 10월 기준 287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을 활성화하려면 결국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에 달렸다”며 “정부가 민간 상업시설은 손대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교육·행정·보육 등 공공의 지원책을 지금보다 높인다면 트리거(수요 증가의 방아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