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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8.5% 증가한 555조8000억원으로 확정하면서 재정지표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감안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8%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으로 GDP의 43.5%까지 치솟는다.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3년 5.9%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5.6%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내년 8.5%에서 2024년 4.0%로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총수입은 같은기간 1.1%에서 5.0%까지 늘어나 적자가 일부나마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국가채무 증가세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기재부는 국가채무가 2024년 1327조원으로 GDP대비 58.3%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여파로 인해 올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지난해 발표안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각각 6%, 60%에 육박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및 국가채무 비중을 제시했다. 올해만 수차례 추경과 적자국채 발행으로 크게 악화한 재정수지 적자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숫자로 드러낸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확장적 재정기조에서 재정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지금 같은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서는 일시 채무와 적자를 감내해 재정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코로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다가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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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 운용에 일종의 기준을 세우는 재정 준칙도 지금과 같은 정부 기조를 반영해 유연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이미 50% 이상의 국가채무 비중이 예상된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재정 지표를 숫자로 설정하는 방식의 재정 준칙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현재 야당측은 국가채무 비중을 GDP의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이하를 유지토록 규정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사문화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예외 조항을 둘 방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는 약 92개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해서 운영 중이다.
이들 나라들이 채택한 재정준칙은 채무·수지·지출·수입 등 4가지의 유형별로 다양하고 재정지표 숫자를 기재한 계량적인 준칙 뿐 아니라 비계량적인 정성적 준칙도 결합한 경우도 많다. 한국 상황에 맞춰 선언적인 형태의 재정 준칙을 도입해도 세계적 추세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 코로나 위기처럼 아주 극단적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될 상황에는 예외로 인정하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을 보강해서 재정준칙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가파른 재정적자 증가속도를 제어하기 위해서도로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매우 빠른 추세고 올해 경상성장률 부진을 감안하면 GDP대비 비중이 60%도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재정준칙이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어도 중장기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도입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