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서울시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이 조합 내부갈등이 커지면서 소송전으로 치닫게 됐다. 서울시의 지시대로 설계자를 다시 뽑자는 조합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다 결국 ‘법원행’을 선택하게 됐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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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원 A씨 등 10명은 지난달 31일 조합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구역을 설계할 건축사무소를 선정하는 절차를 중단하라는 게 소송 이유이다. 다음 달 9일 예정된 조합원 임시총회 개회를 중단할 가처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건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희림건축을 설계자로 선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희림건축은 용적률 360%와 임대주택 제외를 담은 공모안을 제시하고 설계자에 선정됐다. 이미 압구정3구역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신통기획은 용적률 300%와 임대주택 포함을 골자로 한다. 희림건축과 조합이 하려는 정비사업은 신통기획 틀을 벗어난 것이다.
시는 조합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희림건축은 영업정지를 추진했다. 오세훈 시장까지 나서서 이대로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시의 인허가 없이는 압구정3구역 정비사업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한발 물러선 조합이 설계자를 다시 뽑기로 하고 재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6일 공모를 마감한 결과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응모했다. 1차 선정 과정과 같은 양자 구조가 이번에도 재연됐다. 둘 중에 누가 압구정3구역 설계자가 될지는 다음 달 9일(예정) 조합원 임시 총회에서 결정된다. 임시 총회 안건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희림건축의 설계자 지위를 취소하는 것이다. 아직 이 구역 설계자는 형식적으로 희림건축이다. 이걸 없던 일로 해야 새로운 설계자를 뽑을 수 있다.
| 압구정3구역 전경.(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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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이 통과되면 희림건축과 해안건축 어느 쪽을 설계자로 선정할지에 대한 투표가 이뤄진다. 조합 안팎에서는 첫 번째 안건(희림건축 설계자 취소)이 통과하리라는 데에 크게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기존 설계자(희림건축)와 더는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공감이 내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관건은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 나머지 조합원 반대다.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현재 ‘재건축 주민참여감시단’ 이름으로 활동하며 조합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것도 이런 의견충돌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임시총회를 열지 못하면 정비사업의 필수 절차인 설계자 선정을 거칠 수 없고 이로써 신통기획 재건축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가처분 신청과는 별개로 조합장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회를 조합에 요청하는 상황이다. 조합의 현재 집행부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압구정 3구역 한 조합원은 “우리 구역은 규모가 커서 총회를 여는 비용이 억 단위로 들어간다”며 “의견 충돌로 총회를 열 때마다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늘어나고 이로써 사업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어 조합원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