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 10년간 유통산업발전법은 규제 일변도로 개정돼 왔다.” 신세계그룹이 이례적으로 지난 18일 뉴스룸을 통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대한 의견을 담은 칼럼을 게재했다. 유통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관련 법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달 말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쿠팡 등과 같은 거대 유통플랫폼과의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규제 허들을 허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통법 개정안은 거대 여당의 정치적 행보에 막혀 소관 상임위 문턱 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재래시장의 적은 대형상권’이라는 구시대적 프레임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것을 또다시 방증한 셈이다. 유통업계는 여당 내 기류가 확 바뀌지 않는 이상 대기업에 족쇄를 채운 유통법(2012년 4월부터 대형마트 영업시간·의무휴업 규제 시행) 개정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허탈해 하고 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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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Quick-Commerce·즉시 배송)와 같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ICT(정보통신기술)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기존 유통 대기업에 채운 족쇄는 10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되레 21대 국회들어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대형마트에 대한 신규 출점 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더쎈 법안들이 발의될 정도다.
유통 대기업을 가로막고 있는 사이 네이버(쇼핑), 쿠팡 등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거대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새벽배송 등을 앞세운 이들은 대규모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상장(IPO)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반면 규제에 막힌 기존 유통기업들은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로를 찾지 못한채 신음하고 있다.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대형마트 주요 3사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2017년 423개를 기록한 이후 올 상반기 기준 409개로 줄었다. 점포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대형마트 종사자들도 언제 내몰리지 모를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평균 매출 500억원 규모의 대형마트 점포 1곳이 폐점할 경우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 가속화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이커머스로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시대착오적 규제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