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불안함 탓인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뇌혈관질환 명의로 꼽히는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 건강에 불안한 신호가 감지된다면, 감염 위험 때문에 치료를 지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 파열 시 위험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유병률은 인구100명 당 1명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우연히 뇌동맥류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뇌동맥류 유병률은 인구 100명 당 1명 정도로, 절반 이상이 50-60대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량 많다.
방재승 교수는 “중년 여성에서 뇌동맥류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혈관을 보호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폐경 이후 감소하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중년을 넘어섰다면 뇌혈관 CT나 MRI 검사를 한번쯤 시행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특히 두 개 이상의 다발성 뇌동맥류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뇌동맥류가 여러 개인만큼 뇌출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뇌동맥류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 예방적 차원의 치료로 파열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 터지는 순간 뇌압 급상승
뇌동맥류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동맥경화가 혈관 벽을 부풀어 오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의 주 위험 요인인 고혈압, 고지혈증 및 흡연은 정상인에 비해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약 1.5~3배 높인다는 보고가 있고, 드물지만 혈관에 염증이 있거나 외상으로 혈관벽에 손상이 발생한 경우, 또는 유전적으로 혈관벽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동맥류가 발생한다. 뇌졸중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발생 위험이 무려 6~7배 더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및 흡연 기간이 오래 지속됐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의 크기와 모양에 변화가 생기는지 여부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술도 간접적으로 뇌동맥류 발생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술을 자주 마시면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해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이는 곧 뇌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되므로, 술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다발성 거대 뇌동맥류, 복합적 치료해야
방재승 교수는 “파열성 뇌동맥류는 재출혈되기 전에 얼마나 제대로 치료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파열 후 24시간 내 재출혈 위험성이 가장 높고, 재출혈 할 경우에는 사망률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방법으로, ‘코일색전술’과 ‘뇌동맥류 경부 결찰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코일색전술은 환자의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뇌동맥류 내부에 백금으로 된 가는 코일을 채워 넣어 혈관 파열을 사전에 막는 방법이다. 혈관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깊은 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으며,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에는 3~5일이면 회복할 수 있다.
◇비만·당뇨·고혈압 관리가 곧 예방법
많은 사람들이 뇌혈관질환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방 교수는 “뇌혈관질환은 완치가 아닌 관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 40세부터는 적어도 3~5년마다 뇌혈관 검사를 받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3년마다 정기검진은 필수다. 흔히 말하는 성인병 위험인자인 술과 담배,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이 6가지만 잘 관리해도 뇌혈관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
뇌세포는 단 몇 분간만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도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응급상황을 대비해 적어도 3시간 이내에 응급처치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뇌혈관질환 전문 병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순간적인 상하지 편마비나 언어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스마트폰에 가족 전화번호를 단축번호로 설치하거나 응급처치 앱(app)을 설치해 버튼 한 두 개만 조작해도 비상연락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두는 것이 좋다. 의료계에는 “시간은 뇌다!(Time is Brain!)”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만큼 뇌졸중은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방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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