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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EC, 차세대 GDDR7 표준 확정
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는 최근 관련 회의를 열고 GDDR7의 기술 표준을 공식화했다. JEDEC는 반도체 등 전자장치의 통일 규격을 심의·책정하는 기구다. 예컨대 DDR D램은 2000년 생산 이후 DDR5까지 5세대에 걸쳐 진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표준 규격을 정해준 곳이 JEDEC다. 메모리 표준화는 다양한 기기간 호환성을 높이고 제조 업체들 사이의 협업을 유도해 신기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메모리 기업들은 JEDEC 표준에 맞춰 성능, 가격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기술 표준이 확정됐다는 것은 시장 개화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JEDEC에 따르면 차세대 그래픽저장장치(GPU)에 탑재될 GDDR7은 현재 규격인 GDDR6 대비 대역폭(bandwdith·단위 시간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두 배로 높여 초당 최대 192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GDDR은 AI 필수품인 엔비디아와 AMD의 GPU에 탑재돼 고해상도의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특화한 제품군이다.
마이언 커더스 JEDEC 이사회 의장은 “PAM3 방식 전환을 통해 메모리업계는 다양한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의 진화를 이끌 길을 열었다”며 “GDDR7은 초고속 메모리 설계에 있어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했다. GDDR D램은 현재 게이밍 수요를 바탕으로 GPU 탑재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추후 데이터센터, XR, 자율주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에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의 또 다른 스페셜티 D램인 셈이다.
엔비디아-마이크론 ‘美 원팀’ 깰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GDDR7 시대를 누가 주도할 지다. 현재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의 GPU에 주로 공급하는 곳은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 측은 이번 GDDR7 표준을 두고 “우리는 JEDEC와 함께 그래픽 D램 표준을 정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여유를 보였다. 엔비디아 측은 “GDDR7의 PAM3 신호 방식으로 GPU가 최고 성능을 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국내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이른바 ‘팀 아메리카’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나 GDDR7 시대 들어서는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무엇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기술력이 마이크론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세션을 통해 37Gbps GDDR7 D램을 처음 시연했다. Gbps는 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 데이터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32Gbps GDDR7 D램 개발을 발표했는데, 반년 만에 업계 최고 수준으로 속도를 더 높였다. SK하이닉스 또한 ISSCC에서 35.4Gbps의 속도를 내는 GDDR7 D램을 선보였다.
마이크론 GDDR6X의 경우 19~24Gbps 정도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말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제품의 속도는 32Gbps다.
업계에서는 특히 한국산(産) GDDR7 제품이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데스크톱 GPU에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는 납품이 즉각 가능한 수준으로 양산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를 목표로 양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