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업계 후발주자 노브랜드 버거가 기존 업체 상권에 뛰어드는 `도장 깨기`를 전략으로 편 것인데, 대부분 자금력을 뒷받침한 직영점이라서 타사 가맹점주와 체급 차이가 벌어지는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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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네이버지도로 확인한 노브랜드 버거 서울 점포 38곳 가운데 절반가량(17곳)은 직선거리 200m 이내에 경쟁 브랜드가 있었다. 상당수는 기존 브랜드에 후행해서 노브랜드 버거 출점이 이뤄졌다. 노브랜드 버거는 신세계푸드가 2019년 론칭하고 지난해 7월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햄버거 업계 후발주자이다.
업장은 직영 수가 압도적이다. 현재 전국 점포 77곳 가운데 가맹은 약 3분의 1(26곳)밖에 안 된다. 가맹점을 들이려면 브랜드 가치와 상권 형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직영점 위주로 출점을 이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브랜드와 대결을 피하지 않는 `지근거리(至近距離)` 전략을 취했다.
사례는 명지대 점 외에도 여럿이다. 서울 낙성대 점은 근처의 버거킹과 직선거리가 50m대에 불과하고, 방배역 사거리 지점도 근방의 맥도날드와 거리가 100m 이내다. 지방도 유사했다. 일산라페스타점은 맥도날드와 50m 이내에 있고, 부산화명역점은 맘스터치 옆 건물에 입점했다. 초근접 출점(200m 이내)을 지방까지 포함하면 2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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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은 노브랜드 버거가 가진 최대 무기다. 주요 햄버거 회사 가운데 노브랜드 버거가 단품(1900원)과 세트(3900원)가 제일 저렴하다. 버거킹 단품 최저가(7000원) 1개와 노브랜드 버거 세트 2개(7800원)가 맞먹는다.
이를 무기삼아 노브랜드 버거가 취한 전략으로 몇몇 상권은 햄버거 시장 초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신정네거리역점은 버거킹과 롯데리아(리뉴얼 중), 맘스터치가 4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근방에 1497세대 대단지 아파트 목동 레미안 아델리체가 올해 입주를 시작하기 앞서 노브랜드 버거와 버거킹이 자리를 펴면서 경쟁이 가열됐다.
오피스 상권도 비슷한 현상이 인다. 앞서 가산디지털단지역도 대기업형 햄버거 업장 5곳(맥도날드 2곳, 버거킹, KFC, 노브랜드버거)이 경쟁하고 있다. 서울시청 뒤편 무교로는 맥도날드, 맘스터치, 노브랜드 버거 3개사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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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 버거 직영점의 경쟁 상대로 링에 오르는 이는 타사 일부 가맹점주이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는 대부분 가맹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맹점주가 신세계그룹 계열회사와 판촉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이런 대결에 흠은 없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같은 브랜드가 같은 상권에 업장을 내면 안 되지만, 다른 브랜드가 위치하는 것은 허용된다.
햄버거 업계 관계자는 “되도록 타사 브랜드 업장과 거리를 두고 출점하는 것이 통례”라며 “과거 서울 청량리역사에 일어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맥도날드가 나란히 들어선 햄버거 전쟁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직영 거점 매장을 확보하고서 가맹점을 받는 것은 가맹 사업의 기초”라며 “한정된 상권에서 출점을 하다 보니 근거리 출점이 이뤄진 것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