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 본토 방어 의지를 내비치지는 않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우크라이나처럼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인접국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정상만 수도 키예프를 직접 찾았다. 자주 국방력을 상실한 약소국의 비애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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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총동원령 머지않은 우크라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표결을 통해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안보위원회가 이날 친러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제외한 국가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는데, 이를 곧바로 승인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외 파병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긴급성을 고려해 하루 만에 처리했다.
비상사태 효력은 30일간 발생한다. △검문 검색 강화 △야간 통행 금지 △출입국 통제 △파업 금지 등이 가능하다. 올렉시 다닐로프 국방안보위원회 서기는 “일부 지역에 통금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더해 예비군 징집에 나섰다. 18~60세가 그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합류할 예비군 규모는 3만6000명 정도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대응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돈바스 지역을 되찾는데 직접 돕지 않는 이상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러시아와 맞서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방 각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대사관 등을 오히려 철수시키고 있다. 국제법상 자국 영토인 돈바스 지역을 침공 당했음에도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게 우크라이나의 냉정한 현실이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이후 서방 진영은 사실상 이를 용인하는 듯한 기류까지 있다.
폴란드·리투아니아만 직접 방문
버려지다시피 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방문한 건 의미심장하다.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지정학적으로 취약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두 나라의 존망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이같은 판단이 전격적인 키예프 방문에 담긴 것으로 읽힌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는 이해관계 자체가 다르다.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데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 유럽연합(EU) 전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통합성을 훼손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진입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까지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의회, 외무부, 점령지 재통합부(크림반도·돈바스 재통합 담당부) 등의 공식 사이트가 다운됐다. 또 보안국(정보기관), 내무부, 국방부 사이트가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아울러 주요 은행들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방부와 은행 2곳은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형태의 공격이 이어진 것이다. 그 배후는 아직 불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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