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씨는 남편과 사별 후,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던 중 45세 경 유방암 진단을 받고, 이후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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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우심실 부전이 동반돼 있어 장과 다리 부종이 함께 발생해 조금만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가뜩이나 호흡곤란이 있어 힘든데, 소화도 안되어 식사를 잘 하지 못하게 되니 환자는 점차 말라가기만 했고, 유방암을 겪었던 것도 서러운데 심부전도 발생했으니 우울증이 심해지기만 한다. 심장초음파를 보았을 때 이미 심장은 커질 만큼 커지고 양심실의 기능이 모두 감소한 상태로 이렇게 견디고 계신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심장 이식은 혈액형, 나이, 응급도에 따라 대기 기간이 달라지는데, 가장 중요한 응급한 환자, 즉 중환자에게 먼저 이식을 하겠다는 원칙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응급도를 0~3으로 나누고 있고, 응급도 0이 가장 중증의 환자로 중환자실에서 에크모를 삽입한 환자, 기관 삽관을 한 심부전 환자 등이 이에 속하게 된다.
유방암을 앓고, 이후 말기 심부전의 상황에서 승압제로 견디던 환자는 겨우겨우 수개월을 견뎌 심장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환자는 심장 이식 후 빠르게 회복해 정말 그토록 원했던 밥 한 공기를 거뜬히 비우고도 식사를 더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식욕도 회복하고 소화도 잘 됐다. 또한 한 시간 이상을 걷거나 산에 올라도 전혀 숨차지 않아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라 했다. 여러 병마와 싸우며 우울증이 심해 심장 이식을 기다리던 중 자주 눈물을 보이던 환자라 이식 후 밝게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도 좋고, 큰 보람을 느꼈던 분이었다.
그런데 정말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인 것인지 내가 미국으로 연수를 간 이후 심장 이식 환자들의 소식을 묻고, 보호자분들과 연락을 할 때 너무나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김 모 씨는 심장 이식을 한 후, 2년 동안 너무나 잘 지내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과정들을 거쳐 이제 살만해지고, 하루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셨을 텐데 정말 허망한 일이었다. 오늘도 심장 이식을 대기하는 환자들을 보고 있으면 내 환자들의 간절함, 뇌사자와 가족들의 안타까움이 교차하여 복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렇지만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의 사고로 끝날 수도 있고 그런 일들을 결정하는 건 하늘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의료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병마와 싸우는 심부전 환자들에게도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사시길 기원해 본다. 오늘 이 순간은 다시 오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