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꽁꽁 얼어붙었던 M&A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상반기 이렇다 할 대형 딜(Deal·거래)을 일궈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속속 자금을 끌어모으며 하반기 인수 경쟁에 총력을 다짐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좋지만 코로나19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부침을 겪은 기업들이 원매자들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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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이렇다 할 메가딜(대형 거래)이 없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치달은 코로나19 국면에 무리할 필요가 없는데다 시장에 나와 있는, 혹은 잠재매물에 대한 리서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위기에 기회가 난다’며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M&A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해당 업계에서 구축한 MS(시장 점유율)와 실적 등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시장 회복기 때 더 큰 수익률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번지는 분위기다.
원매자들의 이목을 끄는 매물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던 코엔텍(029960)과 EMC홀딩스 등 환경·폐기물처리 업체들과 연내 매각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중공업(097230)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들 모두 견조한 실적을 보이는데다 ‘패키지딜’(2개 이상의 부문을 묶어 매각하는 것)로 인수 직후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각이 진행된 사례를 보면 시장에서 점치는 예상 가격을 웃도는 사례가 없어 합리적으로 인수하는 분위기가 잡혔다고 보고 있다”며 “인수를 원하는 쪽에서는 도리어 지금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판돈 넉넉해야 안 밀린다…자금모집 ‘박차’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와 대기업들도 차후 본격화될 M&A 경쟁에 앞서 속속 대규모 자금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68억달러(8조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먼저 모은 펀드) 조성에 성공하면서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동양매직과 라파즈한라시멘트 엑시트(자금 회수)에 이어 지난해 SKC코오롱PI(178920) 인수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워티(PE)는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모집에 총 8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려는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밖에 기관출자자 위탁 운용사에 속속 선정되며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KTB PE와 LB PE 등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최근 1200억~1500억원 안팎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며 ‘신(新) 산업군’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기업 계열 전략적 투자자(SI)들의 투자 행보도 화두다. 넥슨은 창업주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가 지난해 캐나다 명품 브랜드 ‘무스너클’에 642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 3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15억달러(약 1조845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처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디즈니 지분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M&A 시장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엇나가는 분위기다”며 “대기업과 국내외 사모펀드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시장 분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