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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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예상대로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았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급강하했다. 이른바 ‘락다운’(lock down·봉쇄) 여파로 실업자가 급증한 데다, 미 경제 3분의 2를 책임지는 버팀목인 소비가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32.9%(연율)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지난 1분기 -5.0%를 기록, 6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데 이어 하락 폭을 더 크게 키운 셈이다. 이로써 기술적인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매 분기 성장률을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나눠 발표하는데, 이날 공개한 건 속보치다. 향후 두 차례에 걸쳐 수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언론들은 “이번 2분기 성장률은 1947년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통계 집계 이후 종전 기록은 1958년 2분기로, -10%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에도 -8.4%에 불과했다. 통계 집계 전까지 포함할 경우에도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 언론들의 전언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로이터통신)이라는 분석과 1921년 2분기를 넘어서는 최악(CNBC방송)이라는 관측 등이 나온다. CNBC방송은 “지난 2세기 동안 30차례의 경기침체 중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성장률이 급락한 적은 처음”이라고 썼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만한 건 전문가들의 전망치(-34.5%)보다는 감소폭이 적었다는 점이다.
3월 중순 이후 본격화한 봉쇄조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 않다 보니 소비는 몰락했다. 가계지출은 43.5% 급감하면서 성장률은 23%포인트를 끌어내렸다. 멈춰버린 기업들은 ‘실업 쓰나미’를 불렀다. 기업투자와 주택투자도 각각 27%, 38.7% 줄었다. 지난 2분기 중 미 경제는 4월에 가장 크게 휘청였으며, 5월 이후부터는 각 주(州) 경제 정상화 작업 속에 차츰 상황이 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3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성장률 감소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3분기 성장률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문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산 세가 다시 매서워지면서 일부 주가 경제 정상화 작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애초 예상했던 반등 폭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V’자 형태의 성장률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